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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위해 내가 뽑은 '올해의 책'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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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새롭게 맞이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활발하다. 독서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올해의 책' 선정과 발표. '올해'라는 묵직한 수식어 덕분이다. 훌쩍 스치기 쉬웠던 '이번 주의 책'이나 '이 달의 선정 도서' 등과는 확실히 다르니까.

'올해의 책'은 분야별로 한권씩 모두 열권 이하거나 심지어 단 한권만으로 압축된다. 그러니 1년 내내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은 강심장이라도 슬며시 눈길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독서 관련 모임이나 단체, 기관·기구, 각종 매체 등이 앞다퉈 올해의 책 선정 작업에 매달리게 되는 연유도 이와 관계 깊다. 문제는 선정 작업이 무지막지하게 시간을 소모하는 '중노동'이라는 점이다. 올해 나온 책에서 미처 못읽은 책들을 찾아 읽고, 이미 읽었던 책들도 더 자세히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독서 전문가가 다독에 정독, 발췌독 등 온갖 독서법을 총동원해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대체로 올해의 책 선정 작업은 이번 주말을 앞뒤로 마무리, 발표된다. 그러니 선정 작업 기간과 겹치는 11월 하순부터 12월 중순에 나온 책들은 전문가와 독자의 눈길에서 소외되기가 매우 쉽다(그러니 노작과 역저들이여, 12월에는 부디 나오지 마시라. 가장 관심을 끄는 계절에 가장 관심을 끌지 못하는 운명에 놓일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나온 책들 가운데 놓치면 안될 책들을 몇권 소개드린다. 우선 쥘베른 컬렉션으로 첫선을 보인 『해저 2만리 1·2』, 『지구 속 여행』(열림원)을 놓칠 수 없다. 과학적 상상력과 흥미진진한 서술이 돋보이는 소설, 역시 쥘 베른이다. 학교도서관에 들여 놓아야 할 책으로는 『현산어보를 찾아서 1∼3』(이태원, 청어람미디어)이 단연 일순위다. 30대의 고교 생물교사의 노력이 문득 석주명 선생을 연상케 할 정도로 놀랍게 펼쳐진다. 여기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이 우리 일상과 교육에 만연한 사이비 과학을 유쾌하게 묵사발 내는 과학책 『신비의 사기꾼들』(조르주 샤르파크/앙리 브로슈, 궁리)도 좋은책. 이들이 말하는 "꿈꿀 권리와 깨어 있을 의무"는 무엇인가.

『너무 매혹적인 현대 미술』(신현림, 바다출판사)은 감수성이 풍부한 1318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책. 창조적 사고와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도 읽기를 권한다. 시와 그림, 사진을 넘나드는 저자의 재능과 노력이 빛난다. 일부 그림은 약간 야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자연스럽고 설득적으로 제시되니 '늙은이'들은 걱정하지 말 것. 이밖에 청소년 대안 교육의 실천에 관심이 있는 기성세대라면 『왜 지금 청소년?』(조한혜정 외 엮음, 또하나의문화)도 놓치기 아까운 책.

올해의 책 선정 목록은 취지와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고 참신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을 감동시킨 올해의 책 세권, 나를 닭살 돋게 한 올해의 악서 다섯권, 가장 아름답게 출판된 올해의 책 열권, 내가 뽑은 올해의 책 한권 등 - 전문가들의 중노동 대신 독자로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목록을 만들어 보자.

집안에 책이 없다고? 지금 당장 대형 서점으로 나가시라. 피곤하면 짧게 둘러보고 '딱 1시간만에 찾아 본 올해의 책 다섯권'을 들고 서점 한 모퉁이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옥신각신해 보시라.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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