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대리점 위축… 할인점·홈쇼핑 급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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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국내 가전유통시장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전메이커 3사의 통제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전업체들은 대리점과 배타적 거래관계를 맺고서 다른 가전업체의 제품 판매를 제한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할인점 및 TV홈쇼핑이 급속 성장했고 가전전문 매장이 등장하면서 가전제품 유통구조가 매우 다양해졌고,새로운 형태로 빠르게 재편돼갔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전속 가전대리점 숫자가 99년말 1천2백37개에서 지난 9월말엔 8백65개로 급격히 줄었다. LG전자나 대우전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가전메이커들은 전속대리점의 위축을 만회하기 위해 하이프라자(LG전자 계열)나 리빙프라자(삼성전자 계열)같은 계열 유통업체를 성장시키려 노력했다.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계속 장악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가전업체들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점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할인점 등 다른 유통채널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프라자와 리빙프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전제품 유통채널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가전혼매점(Multi-brand shop)들이다. 가전메이커들이 자사 제품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유통채널에 일방적으로 실력행사를 할 수 없는 구조가 깊어져 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가전제품의 유통채널은 하이마트·전자랜드 등의 가전 전문점, 하이프라자·리빙프라자 등의 가전업체 계열 유통업체,그리고 백화점과 TV홈쇼핑, 할인점, 온라인쇼핑몰 등 매우 다양하다. 경쟁도 치열해 어느 한 채널이 뚜렷한 우세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들어 TV홈쇼핑 부문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질 뿐이다. 또 가전메이커들이 우월한 지위에 있던 과거와 달리 유통채널이 상당한 구매력을 가지고 가전메이커에 교섭력을 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경쟁자를 압도할 신규채널이나 업체는 당분간 출현하기 어려우며, 대신 가전메이커와 유통채널간 주도권 경쟁이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조용수 한국신용정보 선임연구원

yscho@ni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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