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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4중주단 '줄 끊어진'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금호 4중주단의 해체 소식(11일자 14면)을 접한 음악계의 반응은 착잡하기만 하다. 특히 지난달초 금호문화재단이 메세나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터여서 사정은 더하다. 이번 해체 결정의 실상은 과연 뭘까.

금호 4중주단은 잦은 멤버 교체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흔히 결혼 생활에 비유하는 4중주에서 1990년 이후 열 차례나 이혼과 재혼을 거듭해 온 셈이다. 레퍼토리 확대는 물론 앙상블의 기초훈련을 쌓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금호문화재단이 10일 박성용 이사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상호간의 화합이 생명인 실내악단에 잦은 멤버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체 사유를 밝힌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음악계에선 이번 사태의 원인을 금호그룹의 재정 악화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리더 김의명(57)씨가 "앞으로 돈 들어가는 공연은 하지 않고 외부 초청공연에만 출연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와중, 금호문화재단은 지난해 광주 금호문화회관을 매각했고 올 들어 격월간지'금호문화'도 폐간했다. 비원 앞 금호음악당 부지엔 원룸 아파트가 들어섰고, 사간동의 금호미술관도 매각에 실패한 후 큐레이터도 없는 상태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금호문화재단측에서는'잦은 멤버교체'로 의욕을 잃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면 일찌감치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옳다. 교향악단과 달리 현악 4중주에 입단하는 연주자는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청중을 만족시키기에 앞서 자신이 음악을 즐기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역대 단원들이 연봉 4천만원에 무료 해외여행이라는 국내 최고 대우를 마다하면서 단원 생활을 접은 이유가 뭔지 곱씹어 봐야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2년 가량 이어진 금호의 '음악 사랑'은 각별했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기업 메세나의 올바른 방향 설정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 직접 문화단체를 운영하기보다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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