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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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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67·사진)는 “인터넷을 평화적으로 쓰도록 구체적인 국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강남의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과 연결한 화상 인터뷰에서다.

그는 “아이티 대지진 때 구호활동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돕는가 하면 민주주의의 확산에도 기여한다”고 인터넷의 사회공헌 기능에 주목했다. 올해 41세인 인터넷이 이런 역할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계기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기 인터넷 발전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서프 자신도 노벨평화상 후보다. 그는 지구상에서뿐만 아니라 우주공간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미국 정부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구글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인터넷 전도사’로 뛰고 있다.

다음은 빈트 서프와 기자의 대화 내용이다.

-사람이 아닌 문명의 이기(인터넷)가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넷은 글로벌 협력을 촉진시켰다. 긴급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외교’라는 말이 등장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일반 시민 사이에도 외교 활동이 벌어진다. 이런 기능은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

-인터넷은 악용될 소지도 많다.

“모든 기술에 해당한다. 문명사회의 일원으로서 인터넷의 바람직한 사용을 위한 ‘사회적 규범’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Internet Governance Forum)’을 창설해 2주쯤 뒤에 리투아니아에서 회의를 한다. 정부·민간 인사들이 모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인터넷을 처음 만들 당시 평화에 기여하리라는 생각을 했나.

“처음 설계할 때는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할까 신경 쓰는 데 급급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국경을 넘어 사용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TCP/IP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지도 않았다. 이런 생각이 실현됐다. 인터넷은 그 어떤 곳에서도 집중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이 가능한 네트워크는 자발적으로 형성된다. 이런 것들이 결국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

-상용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을 때 민족이나 국가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 더욱 평화로운 세상이 올 거란 기대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인터넷도 그런 운명이 되지 말란 법 있나.

“『빅토리안 인터넷』이란 책은 19세기에 전신이 발명됐을 때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류 의사소통이 빛의 속도로 가능해지면 전쟁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협력한다면 성공사례가 자꾸 생길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을 활용해 방대한 정보를 쌓아 세계인들의 지식자산이 되고 있다.”

-인터넷 IP주소가 고갈되고 있다.

“‘***.***.***.***’형식으로 네 숫자군이 조합된 현재의 IP버전4 환경으로 43억 개 정도의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남아 있는 주소가 5%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 중에 고갈될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IP버전6’을 쓰려고 한다. 이는 여섯 군으로 숫자를 조합하기 때문에 거의 무한대로 주소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기업들에 IP버전6을 구현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행성 간 인터넷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진척됐나.

“미국 항공우주 기관과 공동 진행하고 있다. 태양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일로 시작 단계다. 사람이나 로봇에 의한 우주탐사를 위해 인터넷을 구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대화한 적이 있다. ‘인터넷의 도움으로 태양계 탐사를 하면 얼마나 멋질까’ 라고 하더라.”

-구글의 지도서비스 ‘스트리트 뷰’ 때문에 한국지사가 최근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압수수색까지 했어야 하는지 의아하다. 구글이 지금껏 수집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공개할 것으로 안다. 이번의 경우 실수라 하더라도 어떤 정보가 수집됐는지 정부가 알 권리는 있다고 본다. 구글은 한국의 법에 따를 것이다.”

문병주 기자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인터넷을 구성하는 통신망을 연결하는 국제 표준통신규약. 중대형 컴퓨터에서 PC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기종 간에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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