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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밀·보리 수출 절반 이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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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러시아에 이어 우크라이나도 곡물 수출을 제한키로 했다. 국제 곡물시장이 다시 들썩거릴 전망이다.

미콜라 프리시아즈누크 우크라이나 농업장관은 9월부터 연말까지 밀·보리 수출량을 제한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으로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밀 150만t, 보리 100만t으로 잡혔다. 항구에서 선적 대기 중인 100만t을 포함해도 지난해 4분기 수출(밀 500만t, 보리 226만t)의 절반에 못 미친다.

프리시아즈누크 장관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수출 제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달 초 곡물 재고량은 전년 동기보다 16.9% 줄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보리 수출국으로 전 세계 사료용 보리 거래량의 35%를 공급한다. 밀 수출도 세계 여섯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흑해 연안국은 반세기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앞서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이달 15일부터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공급 부족이 예상되자 밀 가격은 빠르게 치솟았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6월 중순 이후 70%가량 뛰어 이달 초 부셸(27.2㎏)당 8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2008년 8월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다.

기상이변은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는 홍수에 시달리고, 아르헨티나도 라니냐의 영향으로 밀 수확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 농무부는 올해 전 세계 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5.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밀값 급등은 빵·과자 등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높은 밀 값은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제분업체의 투입원가에 반영된다”며 “내년 초쯤이면 밀가루 가격 인상을 두고 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2008년처럼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일반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곡물 재고율이 19.8%로 2008년(17.4%)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원유값도 안정적이다.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로 농산물 값이 급등했던 2008년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것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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