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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준결승 사령탑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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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패기와 연륜의 대결. 한반도 남쪽 끝 제주도에선 지금 신·구 감독들이 자존심을 걸고 세대 간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축구협회(FA)컵 준결승은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노장 감독들과 젊은 감독들의 맞대결이다.

▶김호(수원 삼성·58) VS 이태호(대전 시티즌·42)

둘 다 지장(智將)으로 분류된다. 1960,70년대 김정남(울산 현대 감독)과 함께 부동의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였던 김호 감독의 경기를 읽는 눈은 국내 최고수로 평가된다. 80년대 '여우'같은 미드필더로 감각적인 패스가 탁월했던 이태호 감독은 여전히 임기응변에 능하다.

그러나 준결승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될 전망이다. '세기'를 중시했던 김감독은 팀컬러를 '파워 축구'로 바꾸고 있다. 고종수 대신 끈기와 힘이 있는 김진우·가비에게 중원을 맡기는 게 그 증거다.

이감독은 선수들에게 비장함을 요구하고 있다. 평소 맏형처럼 선수들을 다독이던 그가 독기를 잔뜩 품은 것은 '팀 해체설'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선 좋은 성적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차경복(성남 일화·65) VS 최순호(포항 스틸러스·40)

둘 다 덕장(德將)에 해당한다. 차감독이 무뚝뚝하지만 때론 아버지처럼 선수들의 아픈 곳을 달래 주는 스타일이라면 최감독은 '자율 축구'를 모토로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하는 풍토를 마련해 준다.

95년 전북 현대 창단 감독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차감독은 60대 중반에야 지도자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정규시즌 2연패는 물론, 올 시즌 전관왕의 위업을 노리고 있다. 김대의·샤샤·이리네·황연석 등을 풀가동시키는 '공격 축구'로 노장의 매서움을 보일 태세다.

반면 80년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최감독은 '스타 길들이기'를 통한 조직력 구축에 능하다. 훈련 하나하나엔 간섭하지 않으나 조금만 게을리 할 경우엔 이동국도 가차없이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가 이번 대회 우승에 더욱 목말라하는 것은 '스타 감독'이면서도 이제껏 단 한번도 우승 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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