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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찍었다나, 폰카<휴대폰+카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최근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한 노진아(26)씨. 사고 처리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현장 상황을 기록해 둬야 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마침 그녀는 얼마 전 구입한 카메라폰 생각이 났고, 즉석에서 사고현장을 촬영해 원만하게 해결했다.휴대전화에 카메라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1세대 카메라폰이 출시된 지 1년여가 됐다. 이제는 액정 화면을 자유자재로 돌려가며 찍기도 하고, 아예 열지 않고 찍을 수 있는 카메라폰까지 선보였다. 가격대도 기존의 60만원대 고가 제품에서 40만원대 중가 모델까지 다양해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카메라폰 시장이 전체 단말기의 70%선인 1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메라 따로 살 필요 없어요=카메라폰은 휴대전화 저장 공간을 이용해 보통 1백장 이상의 사진을 앨범처럼 저장할 수 있으며 PC에 옮길 수도 있어 디지털 카메라의 대체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언제 어디서나 셔터 눌러대기를 좋아하는 신세대의 장난감. 하지만 20만∼50만원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휴대전화를 장만하는 김에 디지털 카메라 기능까지 갖춘 카메라폰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외장형 카메라폰의 경우 33만 화소급, 내장형은 11만 화소급으로 휴대전화 화면으로 보기에 충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쓰임새도 가지가지=돌이 갓 지난 아이의 엄마인 삼성SDS 김정은(31)씨는 얼마 전 카메라폰을 장만했다. 카메라폰으로 아이의 모습을 찍은 다음, 문자 메시지뿐 아니라 카메라폰으로 찍은 아이의 사진과 음악까지 첨부해 하루종일 회사에 있는 남편과 친지들에게 보낸다.

같은 제품이라도 각각의 개성을 살려 자기만의 휴대전화를 만드는 것이 요즘의 유행. 6만5천컬러의 고화질 액정화면을 직접 찍은 사진으로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전화번호와 함께 저장해 얼굴을 기억하는데 유용한 것도 장점이다.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를 이용하면 문자는 물론 사진·음악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별로 SK텔레콤의 포토메일 서비스, KTF의 매직엔 멀티메시지 서비스, LG텔레콤의 이지샷 메일 서비스 등이 있으며 요금은 1천자의 문자와 카메라폰으로 찍은 사진을 함께 보내는 데 1백30원 가량 든다.

◇업체들 시장잡기 뜨거워=시장 조사기관 인스태트/MDR는 올해 전세계 카메라폰 판매량이 1천6백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96%가 일본과 한국에서 팔린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업체들도 고화질의 향상된 기술력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장형 카메라 3종에 이어 카메라와 폴더가 모두 1백80도 돌아가는 회전형 카메라폰(60만원대), 동영상 녹화까지 가능한 IMT-2000폰을 최근 선보였다. 26만2천컬러의 고화질로 가격은 70만원대다. 삼성은 올해 말까지 70여만대의 카메라폰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5월 폴더가 돌아가는 카메라폰을 내놔 5만여대를 팔았던 LG전자도 내년초 새 모델 3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을 9백99장까지 저장할 수 있고 동영상도 60초간 녹화할 수 있는가 하면 연속촬영도 가능한 모델이다. 뚜껑을 열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KTFT 에버(40만원대)는 출시 3주 만에 1만여대가 팔렸다. 찾는 사람에 비해 생산이 못따라갈 정도로 인기가 있다.

팬택&큐리텔도 외부 흑백 LCD화면으로 촬영 장면을 미리 볼 수 있는 40만원대 카메라폰을 최근 내놨다.

KTFT 마케팅팀의 원유창 팀장은 "카메라폰은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몰래 카메라 우려도=나도 모르는새 사진이 찍히는 '몰래 카메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의 몇몇 '카메라폰 동호회'에는 술취한 여성의 흐트러진 모습이나 계단에서 찍은 치마입은 여성의 사진 등이 돌아다닌다.▶신촌·대학로 등 유흥업소▶버스 정류장▶에스컬레이터ㆍ가파른 계단 등지에서 휴대전화 액정을 뚫어져라 보는 10∼20대는 일단 조심하는 게 좋다. 일본에서도 카메라폰 보급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부터 '카메라폰 몰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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