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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의 험악한 편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이버 공간이 저질·불법 선거운동으로 더럽혀지고 있다. 대선 관련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욕설과 비아냥이 넘쳐난다. '싸가지·친일파·빨갱이·뻥까네…'등 험악한 말들을 앞세운 증오와 미움의 편가르기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길거리 유세 등 오프 라인에서 꺼내기 힘든 비방과 흑색 선전이 온 라인에서 얼굴없는 언어폭력으로 악성(惡性) 변종돼 난무한다. 미디어 정치의 최첨단이라는 사이버 공간이 오염되고 있다.

그 같은 타락은 구속된 흑색선전 선거 사범 거의 대부분이 사이버 공간의 위법행위자라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각종 선거 관련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한 건수(비방·흑색선전)가 9천여건이며, 고발·수사의뢰·경고·주의 건수가 52건이라고 한다. 인터넷 정치의 대중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선의 수준을 벗어난 위험스러운 수치다. 더구나 일부 인터넷 매체들의 노골적인 특정 후보 편들기와 공격은 심각한 양상이다.

사이버 공간의 탈선은 각 정당의 과열 경쟁 때문이다. 각 후보 진영은 20, 30대 유권자들이 대부분인 네티즌의 표심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인터넷 신문이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유포'논란이나 '한나라당 지지 무차별 휴대전화 메시지'의 진위 공방에는 사이버 정치의 위력이 드러난다. 사직 당국에 따르면 각 정당은 글솜씨 좋고 순발력 있는 '사이버 논객'일부를 돈을 주고 스카우트하고, 인터넷 공방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이버 알바, 메뚜기'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이버 정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 꽃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선거운동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모습으론 e-폴리틱스의 장래는 우울하다. 시대흐름을 따라 잡지 못하는 선거법만으론 사이버 공간을 정화하기 힘들다. 사이버 대선 공간을 비전과 정책 경쟁무대로 만들기 위해선 네티즌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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