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韓人 별 뭉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9일 오후 강추위를 뚫고 따뜻한 햇살이 비쳤다. 그리고 그 햇살은 빛나는 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들이 첫 모임을 결성한 것이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메이저리거들이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를 중심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9일 정오 무렵 박찬호가 묵고 있는 서울 시내 모호텔에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김선우·송승준(이상 몬트리올 엑스포스), 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서재응(뉴욕 메츠), 권윤민(시카고 컵스), 안병학(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미국에서 활약 중인 선수 8명이 모였다.내년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예약한 최희섭(시카고 컵스)은 고향 광주에 머물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반갑다"고 악수를 나눴다. 함께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서로 속한 팀이 달라 맞대결을 할 때만 잠깐씩 얼굴을 보는 데 그쳤던 아쉬움이 눈녹듯 녹아내렸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 이들은 낯선 땅 미국에서 뛰면서 진한 동족의식으로 서로를 그리워했던 사이다.

1시간여 동안 방에서 대화를 나눈 이들은 지하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후배는 미국 생활의 어려움을 선배에게 토로하고, 선배는 후배가 속한 팀에 대해 아는 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조언하는 진지한 얘기들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특히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배들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서로의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를 교환하며 앞으로도 만남을 계속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박찬호는 올해 3월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 중인 김선우와 송승준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 식사를 함께하며 모임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 또 시즌이 끝난 10월에는 LA에서 공식모임을 추진했으나 현지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이를 포기한 바 있다.

모임에 참가한 권윤민은 "미국에서 뛰는 동안 선배들의 조언이 필요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이런 자리가 꼭 필요했다. 각자의 경험과 조언을 나누고,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발전을 꾀하는 취지에서 오늘 만남은 정말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은 야구뿐 아니라 인생을 풍성히 하기 위한 자리였으며, 모임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사전에 알려질 경우 어색한 자리가 될까봐서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은 사적인 자리였으나 상황에 따라 앞으로는 외부 공개를 통해 팬들과도 만날 뜻이 있다는 의미다.

이 모임이 메이저리거들이 미국땅에서 한국의 얼을 떨칠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