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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작자 조앤 롤링(37)은 영화화 과정에 까다롭게 간섭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원작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윤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출연진도 그녀의 요청에 따라 영국 배우들로 캐스팅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고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관객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13일 개봉하는 2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도 전편보다 액션과 볼거리는 훨씬 강화됐지만, 원작을 충실히 옮기느라 길어진 분량(약 2시간40분)탓에 지루하다는 평도 만만치 않다. 롤링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비밀의 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찬사 일색이었다. 흔히 소설이 영화화되고 나서 원작자들이 서운함을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엄청난 만족감을 표해 얼떨떨할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시각적으로 흥미진진했다. 퀴디치 경기처럼 내가 늘 스크린에서 봤으면 하고 고대했던 것들이 멋지게 펼쳐졌다. 호그와트 학교도 내가 머리 속에 그리던 그대로다. 영화는 나의 상상력 이상이다."

롤링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꼬마 요정 도비와 뿌리가 기형아처럼 생긴 희귀 식물 맨드레이크를 볼거리로 꼽았다. 그녀의 만족감과 영화화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어쩌면 동전의 양면인지도 모른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워너브러더스사에서 찾아왔을 때, 원작자로서 걱정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거다. 나는 영화화될 때 원작에 절대적으로 충실할 것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했고, 그건 내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었다."

2부인 '…비밀의 방'은 1부에 비해 훨씬 쓰기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두번째 소설이 제일 쓰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건 정말 맞는 말"이라는 토로에서 얼핏 '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산고 끝에 2부를 완성했을 때는 내 자신이 무척 대견스러웠다. 2부는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지만, 7부까지 예정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난 그게 제대로 영화화될지 염려스러웠는데, 기우였다."

'…비밀의 방'이 '…마법사의 돌'보다 분량도 많고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는 평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1부와 2부를 비교하는 식으로 찬찬히 설명했다.

"1부는 에피소드 중심이다. 어느 날 자신이 마법사의 자식이며 위대한 마법사가 될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소년 해리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에 비해 2부는 이제 해리가 위험이 따르는 걸 알면서도 모험 속으로 돌진하는 내용이다. 직선적인 구성인 셈이다. 내 생각에는 2부가 더 영화로 만들기 쉬워 보인다."

롤링은 '…비밀의 방'에 새로 등장한 배우들에 대한 촌평도 잊지 않았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는 록허트 교수 역의 케네스 브래너는 그녀에게 배꼽을 잡게 했다고.

"잘난 척하고 위선적인 록허트 교수는 정말 밥맛 아닌가. 하지만 꽤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것 같다. 록허트 역에 처음부터 브래너를 떠올린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환상의 캐스팅이 됐다."

이제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크리스 컬럼버스에서 알폰소 쿠아론으로 사령탑을 바꾼다. 롤링은 "컬럼버스가 3편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하기 때문에 감독 교체에 대한 우려는 없다. 쿠아론도 뛰어난 감독"이라고 밝혔다.

현재 임신 7개월째에 접어든 롤링은 5부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을 마무리하는 중이며, 내년 봄께 출산에 맞춰 책이 출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국내 출판사인 문학수첩에서 지난 6월 한·일 월드컵때 그녀의 한국 방문을 추진했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불발됐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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