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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미스터 프로듀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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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일년 내내 이렇다 할 공연 한 번 못간 이들을 위무해줄 뮤지컬 모음집이 나왔다. 제목도 재미있는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Hey! Mr. Producer)'(전체).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인생 30년을 기리는 공연 실황을 두 장의 디스크에 담았다.

매킨토시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이스트엔드에 숱한 뮤지컬 히트작을 올린 제작자다. '올리버''마이 페어 레이디''캐츠''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미스 사이공''오클라호마''집시' 등, 현대 뮤지컬의 걸작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매킨토시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은 1998년 6월 8일 런던의 리시움 극장에서 줄리 앤드루스의 사회로 열렸다. 엘리자베스 여왕 부처가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후 '올리버'가 첫 무대에 오른다. 고아원 소년들이 음식을 달라고 호소하는 합창과 군무가 끝나면 '마이 페어 레이디'로 무대가 바뀐다. 오드리 헵번과 렉스 헤리슨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에서 히긴스 교수로 분한 이는 영화배우 조너선 프라이스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어서 성량은 부족하나, 극 분위기를 전하는 데는 오히려 한 수 위다.

이런 느낌은 주디 덴치가 '소야곡'중 '센드 인 더 클라운즈(Send in the Clowns)'을 부를 때 절정에 이른다. 자신이 주연한 영화 '아이리스'를 연상시키는 애절한 가사를 읊조리며 깊은 감동에 빠진 덴치. 관객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는 동안에도 눈물을 글썽인다.

이같은 감정 이입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돼 덴치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울게 된다.

간단한 무대 장치와 조명으로 변화를 주며 2백명의 출연진이 1백60분간 50곡의 노래와 춤을 펼친 최고의 공연이다. 아니, 한 곡이 더 있다. 매킨토시와 뮤지컬 인생을 함께 해온 작곡가 스티븐 손더하임과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피아노를 치며 익살스럽게 노래한 것이 목록에는 빠져 있다. '센드 인 더 클라운'을 개사해 매킨토시는 이것저것 참견한다. "그가 우리보다 돈을 많이 벌었다, 그에게 감사한다"고 노래해 폭소를 자아낸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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