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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노사의 상생, 일자리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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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희범(61·사진)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이 제5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는다. 경총이 지난 2월 이수영 회장의 사퇴 이후 ‘선장 없는 배’로 지낸 지 약 6개월 만이다. 비오너 출신이 경총 회장이 되는 것은 처음이다. 경총 회장직은 비상근이어서 이 회장은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회장의 일성은 ‘노사의 상생’이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와 사, 어느 한쪽만 보지 않고 노사의 상생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사 모두 일자리가 최고의 화두”라면서 “경총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노사 관계 전담 창구인 경총의 회장 자리는 모두가 맡기 꺼리는 자리다. 노동계로부터는 비난을, 경영계로부터는 원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경총 회장은 노사 간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부분이 있어 매우 어려운 자리”라고 밝힌 것도 이런 특수성을 충분히 고민했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1972년 상공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오른 정통 상공관료 출신이다. 친화력과 부지런함은 과천 관가에서 정평이 나 있다. 무역협회 회장을 지낸 뒤 STX 경영에 참여해 기업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는 특히 갈등 현장의 해결사 역량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 산자부 장관 시절 시민단체 인사들과 폭탄주 대화 끝에 방사선폐기물처분장(방폐장) 문제를 해결한 일은 아직도 회자된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경총의 추대를 받은 뒤 한사코 고사해 왔다.

3개월을 버티던 이 회장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은 재계의 원로들이었다.

투병 중인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성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설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6일 김창성 경총 명예회장과 이장한 종근당 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회장 추대위원회 위원들이 이 회장의 STX 집무실로 찾아가 최종적으로 이 회장의 수락을 얻어 냈다.

경총 앞에는 상당한 무게의 현안들이 놓여 있다. 당장 올 7월부터 시행 중인 타임오프제(유급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내실 있게 정착시키고, 내년 7월부터 허용되는 복수노조제도에도 대비해야 한다. 경총 관계자는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노사 관계 선진화의 핵심”이라며 “타임오프제가 완벽하게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노사 관계 선진화 과정에서 발걸음을 맞출 수 있도록 경총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노조법 개정 진통 속에 경총을 탈퇴한 현대·기아차를 다시 회원사로 끌어들이는 것도 시급히 성사시켜야 할 사안이다. 이 회장은 “난제가 많지만 하기 나름이다. 상생을 키워드로 서로 도와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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