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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택시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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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아테네의 택시는 벤츠를 비롯해 볼보·피아트·푸조 등 고급 차들이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거나 안락하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 택시들은 최소한 10년이 넘은 중고차고, 30년이 넘은 골동품급도 버젓이 굴러다닌다. 시커먼 배기 가스를 내뿜는 데다 내부 역시 지저분하기로 악명높다.

아테네 택시의 문제는 차체뿐만 아니다. 기사들도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승차 거부와 바가지 요금은 다반사고, 좁은 길에서 주·정차 위반도 서슴지 않아 교통체증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2004년 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 정부가 택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교통당국이 4일(한국시간) 법규 위반을 일삼는 택시기사에게 벌금을 물리고 면허까지 취소하는 강력한 규제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정부는 또 8년 이상된 택시를 폐차하고 에어컨이 있는 택시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운전기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싼 요금(기본료 약 1천원)으로 차도 새 것으로 바꾸고 웃는 표정까지 지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기사 노조는 도리어 요금 인상을 비롯해 버스전용차로 주행 허용, 택시 승강장 설치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올림픽을 2년 앞둔 아 테네의 표정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의 서울 모습과 비슷하다.

왕희수 기자

go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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