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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vs'마법' 송년 대결 '007'은 첨단무기로 도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1면

신화적 상상력과 첨단 병기의 맞대결-.

2002년 마지막 달, 12월의 스크린은 스펙터클한 액션이 지배할 것 같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가문의 영광''몽정기''광복절 특사' 등 한국 코미디의 위력이 대단했던 올 하반기 극장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통상 12월엔 여름 휴가철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가 쏟아진다. 할리우드에선 이런 영화를 '이벤트 무비(Event Movie)'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림픽·월드컵처럼 영화 자체를 대규모 행사로 간주하곤 한다. 자본·인력·기술 등을 총동원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대형 영화가 잇따라 찾아오는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해리 포터'(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와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이다. 두 작품 모두 시리즈 2편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을 선보인다.

한달여의 시차를 두고 찾아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1주차로 개봉돼 양보할 수 없는 접전이 예상된다.

<별표 참조>

인간과 사회의 선악을 파고든다는 문제 의식으로 무장한 두 영화는 전편을 능가하는 호쾌함을 장담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을 맡았던 원로배우 리처드 해리스가 타계하면서 '해리 포터'의 3편 제작이 늦어질 것으로 보여 두 영화의 격돌은 내년엔 볼 수 없을 것 같다. 3부작 전체를 이미 완성한 '반지의 제왕'은 내년 말 막을 내린다.

'해리 포터' 2편에선 어린 마법사들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2학년에 올라가 겪는 새로운 모험을 그리고 있다. 해리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와 그의 친구인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엠마 왓슨)가 학교를 공포로 몰아넣는 어두운 세력과 맞선다.

전편에서 다소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해리 포터는 이번에 자신감 있게 힘과 능력을 발휘하는 캐릭터로 변모한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마법 방어술 전공의 록허트(케네스 브래너)도 주목 대상이다. 여러 종류의 요정·불사조·코끼리만한 거미 등 각종 생물체, 전편보다 박진감 넘치는 퀴디치 게임,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볼거리를 강화했다.

뉴질랜드의 수려한 자연과 대하 서사시를 연상케 하는 스케일이 돋보이는 '반지의 제왕' 2편도 빼놓을 수 없다. 피터 잭슨 감독은 1부의 성공에 힘입어 이미 완성된 내용에 30분 가량의 재촬영분을 덧붙였다. 주로 전투 액션 부분을 보완했다고 한다.

'두 개의 탑'에선 전편에서 뿔뿔이 흩어졌던 호빗족(半人族)의 프로도(일라이자 우드) 등 반지 원정대 아홉명이 저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절대악의 동맹 세력과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1부에서 장렬한 죽음으로 관객을 안타깝게 했던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런)가 한층 강력해진 백색의 마법사로 부활한다.

제작진은 액션 하나만큼은 역대 어떤 영화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특히 평원·협곡 전투의 위용을 내세운다. 엑스트라 9천명, 전투 의상 1만3천여벌, 카메라 80대 등 스펙터클의 극치를 보여주겠다는 것. 키가 70m가 넘는 거구에 살아있는 나무처럼 보이는 신비한 종족인 엔트족도 날로 발전하는 컴퓨터 그래픽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두 편의 팬터지 액션에 도전하는 영화는 007이다. 시리즈 시작 40돌을 기념해 20번째 작품인 '007 어나더데이'(리 타마호리)를 올 마지막 날에 공개한다. 미국에선 지난달 개봉 첫주에 1주 먼저 선보인 '해리 포터'를 눌렀으나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내용 때문에 한국에선 논란도 예상된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무리에 맞서는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의 활약상에 집중하는 007의 윤곽은 이번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40년의 세월이 흐르며 진화해온 모험극과 첨단 무기가 관심을 끈다. 도입부부터 시작되는 초고속 수륙양용전차(호버크래프트) 추격신, 아이슬랜드의 궁전을 배경으로 한 액션신 등 영화의 크기와 속도를 업그레이드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흑진주' 핼리 베리가 본드걸로 변신하고, 팝스타 마돈나도 펜싱 조교로 깜짝 출연한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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