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나눠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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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런 걸 두고 '윈-윈 게임'이라고 하는 걸까.

제로드 모슬리와 피터 로나드(이상 호주)가 2일 호주 쿨럼의 하얏트 리조트 골프장(파72)에서 끝난 호주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백71타로 동타를 이룬 뒤 플레이오프 첫번째 홀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두 선수가 일몰을 핑계로 경기를 중단해버린 것이다.

"날도 어두워졌는데 내일 연장전을 계속하겠는가. 두 사람만 좋다면 공동 우승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주최측의 제안이 빌미가 됐다.

두 선수는 다음날 다른 약속들이 있다며 공동 우승으로 하자는데 의견일치를 본 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하라"는 갤러리의 함성은 땅거미에 묻히고 말았다.

이 대회의 97년 역사상 공동 우승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로나드와 모슬리는 1, 2위 상금을 합쳐 둘로 나눠 각각 15만6천달러씩의 상금을 받았다. 우승 트로피에도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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