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지역감정 들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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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지역감정 조장이 이번 대선전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선거운동은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는 부산·경남(PK)의 표심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 사이에 지역감정 공방이 불붙었다.

◇한나라당=대변인단은 2일 "盧후보는 호남에 가선 DJ양자인 척하고 영남에 가선 영남후보론을 내세우는 지역감정 악용자"라고 비판했다. 또 대변인단은 "요즘은 90% 호남몰표도 모자라 감히 '부산의 아들'이라고 노래부르고 다니고 있다"면서 盧후보를 '목포의 데릴사위'라고 비아냥댔다.

호남출신인 이환의(李桓儀)최고위원은 "목포에서 한나라당 유세차에 돌팔매가 날아오고 광주북을에선 유세차에 달린 후보 사진이 전부 칼로 찢겼다"면서 "클랙슨을 울려서 유세를 못할 정도인데도 선관위가 방관했다"고 비난했다. 조윤선(趙允旋)선대위 대변인은 "후원회 교수모임에 가면 선거운동하는 분들이 '독립운동하는 것 같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민주당=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은 "한나라당과 李후보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조장·자극하고 허위사실을 폭로하는 선동정치를 계속하고 있다"며 "어제도 李후보는 예정됐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盧후보의 부산유세에 대결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가 수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허위사실을 선동하는 작태를 벌였다"고 성토했다.

대변인실이 동원돼 李후보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추려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엔 ▶"부산의 자존심을 세우자"▶"충청인, 충청유권자가 제대로 된 대통령을 가려달라"▶"좌절하고 싶을 때마다 대구·경북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일으켜 세우고 힘을 줬다"는 등의 李후보 발언이 나와있다.

또 "민주당은 盧후보 하나만 경상도고 나머지는 다 전라도다"(許泰烈의원),"부산항을 내려앉히려고 광양항 예산을 매번 더 많이 줬는데 부산사람이 이것을 잊으면 사람도 아니다"(鄭亨根의원),"예산이 고향인 李후보를 앞세워 충청인이 주도권을 잡는 충청도 시대를 만들자"(金龍煥의원)는 발언을 들며 구태정치로 몰아붙였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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