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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특보, 민정수석에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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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나라당은 1일 정부와 청와대 고위 관계자·여야 정치인·언론인 등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과 관련한 문건 16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은 이들이 지난 1월 3일∼3월 26일 전화통화한 내용을 기록한 형식의 문건을 "국정원 도청자료"라며 제시했다.

<관계기사 3, 4면>

문건에 의하면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은 대통령 정책특보 시절인 지난 2월 24일 이수동(李守東)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비리와 관련해 이재신(李載侁)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대통령께서 '이수동이 불구속 상태에서 특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심경을 말씀하는 등 상당한 집착을 보이더라"며 "사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李수석은 "차정일(車正一)특검팀과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문건에 나와 있다.

차정일 변호사는 "당시 李수석에게서 이수동씨에 대한 언론 보도를 우려하는 전화를 받은 적은 있으나 불구속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또 한 방송사 보도국장이 지난 2월 6일 朴실장(당시 특보)에게 검찰 인사가 지연된 이유를 묻자 朴실장은 "지역 편중 문제 해결 등에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악역을 맡아 마무리했다"며 "법무부 장·차관, 청와대 민정수석, 검찰 인사는 모두 내가 처리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박문수(朴文洙)전 광업진흥공사 사장은 2월 4일 임인택(林寅澤)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산업전기안전협회장이 유임되도록 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얘기해 달라"고 하자 林장관은 "(민주당) 권노갑(權魯甲)고문에게 찍히는 일은 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문건에 나타나 있다. 이와 관련, 당사자들은 문건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朴실장은 "검찰 인사의 경우 지역 편중 문제 해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기자들에게 이미 말했던 것이고, 김동신 전 장관에게는 군인사를 청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李수석은 "이수동씨와 관련해 朴실장의 전화를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건에서 김용태(金瑢泰)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화한 것으로 나타난 김만제(金滿堤)의원과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과 통화한 것으로 돼 있는 문화일보 K기자는 "문건 내용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대통령이 직접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명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근거없는 유언비어로 국가기관을 매도하는 게 국가안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증거와 제보자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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