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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되는 국정원도청 의혹]당사자들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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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1일 2차로 공개한 도청 의혹 문건 16종에서 거론된 당사자는 모두 27명이다.

이중 거명된 청와대·정부·민주당 등 여권인사 14명 중 연락이 닿은 사람들은 문건의 내용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과 관련된 5건의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김동신(金東信) 국방부 장관에게 모 소장의 승진을 부탁했다거나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에게 질책성 전화를 했다는 건에 대해서는 "이미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라고 했다.

그밖의 사안에 대해선 부인했다. 朴전처장도 "朴실장과 통화한 사실이나 내용 모두 기억에 없다"고 했다.

손영래(孫永來)국세청장에게 김홍걸(金弘傑)씨 건에 대해 물은 것으로 돼있는 김현섭(金賢燮)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孫청장을 잘 몰라 전화할 사이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孫청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에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돼 있는 인사들도 "조작·날조다"(남궁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 "한나라당 사람들은 미친 ×들이라고 꼭 써달라"(민주당 배기선 의원), "裵의원이 한광옥 대표 등과 더 친한데 나에게 인사청탁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박양수 의원)고 반발했다.

朴실장에게 한국신용정보 모 사장의 유임을 청탁한 것으로 돼있는 민주당 박주선(朴柱宣)의원은 "통화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한나라당이 뒤지는 선거판세를 뒤집기 위해 벌이는 공작정치"라고 비난했다. 산업전기안전협회장 문제로 통화한 것으로 돼 있는 임인택(林寅澤) 건설교통부 장관이나 박문수(朴文洙) 전 광업진흥공사 사장은 각각 "통화한 적 없다" "환장하겠다. 林장관과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0명의 한나라당쪽 인사들은 거의 모두 시인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고문과, 또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과 통화한 것으로 돼있는 이부영(李富榮)선대위 부위원장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의원이 답을 애매모호하게 했다고 보좌진에게 말했던 게 기억난다"(김홍신 의원), "김덕룡 의원이 위태위태한 상황이어서 김영춘 의원과 상의했다. 휴대전화로 통화했던 것 같다"(이성헌 의원), "김용태 전 장관과 대구시장 문제를 논의한 게 맞다"(김만제 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이병석(李秉錫)의원은 "휴대전화로 지시한 것도 도청된 모양"이라고 했다.

한편 차정일(車正一)변호사는 "특검팀을 지휘할 당시 이재신(李載侁)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화해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관련 언론보도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車변호사는 "그러나 불구속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李수석은 "朴실장과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화일보 K기자는 지난 3월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에게 연락, 강삼재(姜三載) 당시 부총재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사전 교감 가능성을 물은 것으로 돼 있다. K기자는 "그런 취지의 질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 차봉천 위원장이 이부영 의원에게 법안발의를 요청한 건은 車위원장이 구속 중이어서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고정애·박신홍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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