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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오전 6시에 출근, 기자들 따돌려…점심도 청장실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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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16일 하루 종일 사무실을 지켰다. 그는 이날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오전 6시에 출근했다. 그의 출근길 표정을 취재하려던 취재진은 허탕을 쳤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늘부터 을지훈련이 시작돼 출근이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식사도 청장실에서 해결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하루 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합뉴스]

대신 조 후보자는 참모진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자진사퇴’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받겠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발언이 부적절했고 사과할 부분은 있지만, 경찰총수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로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게 조 후보자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해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청 고위 간부는 “이날 조 후보자의 통화 내용 중 대부분은 ‘죄송하다’ ‘송구스럽다’는 말이었다”며 “정말 긴 하루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천안함 유가족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천안함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전화를 했었다. 당시 유가족들의 분노에 크게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공개 사과는 유가족들이 협의를 거쳐 요청하는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요구한 현충원 참배도 청문회 이후에 실행에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논란은 계속돼=민주당이 16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날에는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를 요구했었다. 최철국 의원은 당 회의에서 “검찰이 조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수사해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영표 의원은 ‘형법 308조’를 거론했다.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청문회에서 본인 해명을 듣고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안형환 대변인)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 후보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16일 홍준표 최고위원은 “내각 인사의 면면을 보니 흠 있는 인사들도 있고 책임져야 할 인사도 포함돼 유감스럽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직무수행과는 무관한 논란”이라고 선을 그었던 청와대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에서 “끝까지 버티기는 힘들 것”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조 후보자부터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송지혜·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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