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권사들 "벌금 좀 깎아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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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요즘 월가에서는 검찰과 유명 증권사간에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벌금이 이 만큼은 돼야 한다는 검찰 입장에 맞서 증권사들은 좀 깎아달라고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의 벌금은 대형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이 잇속을 챙기기 위해 투자자들을 속인 행위에 대한 벌이다.

신주발행 등 기업들의 유가증권 업무를 따내기 위해 그 기업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한 보고서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수수료 수입을 많이 올리기 위해 별로 좋지도 않은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추천한 셈이다. 손님을 왕은커녕 졸로 본 괘씸한 행위다.

이런 증권사들을 혼내주기 위한 뉴욕주 검찰의 행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증권당국과 검찰은 투자자들의 추락한 신뢰도를 끌어올린다며 지난 몇달간 강도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다음달 중순께 최종 심판이 내려질 예정인데, 벌은 '감방'같은 건 없고 모두 벌금형이라고 한다. 물론 그 액수가 적진 않지만 돈 잘 버는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에 얼마나 효과적인 징계가 될까 싶은 생각도 든다.

벌 받을 증권사는 12개인데, 이 중 시티그룹 계열 증권사인 샐로먼 스미스 바니의 벌금이 5억달러로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다음은 CSFB로 2억5천만달러가 거론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골드먼삭스·리먼브라더스 등은 각각 몇천만 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빠져 웬일인가 알아보니 지난 5월에 미리 매(벌금 1억달러)를 맞았단다.

벌금 액수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해당 증권사들은 이걸 좀 줄여보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CSFB는 2억5천만달러가 너무 무겁다며 곧 당국과 협상을 벌일 예정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다시는 투자자를 오도(誤導)하지 않도록 강도높은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면 벌금 액수를 좀 깎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한 게 있다. 벌금 액수다. 다들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는데 검찰은 어떤 기준으로 벌금을 매기는 걸까.

그러나 해당 증권사 직원을 포함해 어디서도 명쾌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단지 금융기관의 규모나 지명도에 비례한다거나 낼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물린다는 대답이 기중 많았다.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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