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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파업 불길 번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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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럽 전역이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과 이를 무산시키고 임금 인상을 쟁취하려는 노동자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파업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영국은 26일 소방관·교사·구청직원들의 파업이 겹치면서 23년만에 최악의 파업사태에 빠져 런던시민들에게 이날은 '검은 화요일'이 됐다. 이같은 대규모 파업은 1979년 1∼3월 공공부문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 엄청난 사회불안을 초래했던 '불만의 겨울' 이후 처음이다.

임금 협상 결렬로 영국 소방관 노조(FBU)가 5일째 파업을 이어간 이날 런던지역 교사 6만여명은 수당 인상을 요구하며 일일파업을 감행해 런던 일대 중·고교들이 휴업 사태를 빚었다. 런던시내 32개구의 구청직원 수천명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소방관 파업으로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지하철역 20여개가 폐쇄된 가운데 런던 지하철 노조는 28일 소방관 노조와의 연대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소방관 노조는 당초 40%에서 낮춘 16%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의 소방서 현대화 계획에도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음달 4일과 16일에도 각각 8일간의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도 26일 철도·항공관제사·통신·우편 등 공공부문 노조원 수만명이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반대, 사회보장 및 연금 혜택 고수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파리에서는 지하철·버스 등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으며 툴루즈·보르도·마르세유·리옹 등의 대중교통도 마비됐다. 또 26일부터 27일 오전까지 이어진 항공관제사들의 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항공편 80∼90%가 운항 취소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이날 2만여명의 운송 노조원들이 피아트 자동차의 '직원 20%(8천1백명) 정리해고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도심 곳곳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독일에서는 2백9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공공부문 노조가 3% 임금 인상 요구를 내세우며 파업을 경고하고 있고, 포르투갈 노조연합은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해 다음달 10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외신종합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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