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미술 전시장 대안공간]주민친화의 場 돼야 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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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대안공간 루프, 갤러리 보다, 쌈지 스페이스, 일주아트하우스, 인사미술공간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에 나타난 특이한 전시장들이다. 미국에서 먼저 생겨난 '얼터너티브 스페이스(alternative space)'를 번역한 '대안공간'이란 단어가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미술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상업화랑도 아니요, 미술사적 공공성에 기초한 미술관도 아닌 이들 공간은 대체로 위의 그 어느 쪽에도 끼일 수 없는 실험성 강한 작가들을 초대해 새로운 미술 흐름을 열어가는 활동을 소임으로 삼았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의 대안공간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이 대안공간의 과거·현재·미래를 짚어보는 심포지엄과 연합전시회를 때맞춰 마련했다.

12월 6~7일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2002 국제 대안공간 심포지엄'은 서울을 비롯해 세계 9개 도시에서 불러모은 대안공간 관계자 12명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새 길을 찾아보는 토론장이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파올라 야콥과 미셀 라세르, 폴란드 바르샤바의 '폭살갤러리',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의 'Rex-b92 컬처럴 센터', 일본 기타큐슈의 '솝갤러리', 홍콩의 '1aspace', 터키 이스탄불의 'Proje-4L 현대미술관', 인도네시아 족자 카르타의 '세메티 미술재단', 중국 베이징의'엑스레이아트센터', 서울의 쌈지스페이스·인사미술공간과 '도시주의그룹 플라잉시티'를 이끌어 가는 미술인들이 모인다. 대안공간이 태어난 미국이나 유럽 대신 아시아와 제3세계 도시들에 주목한 것은 우리 현실과 비슷한 상황에서 그 어려움을 뚫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 가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심포지엄을 조직한 백지숙 인사미술공간 큐레이터는'미술을 통한 지역 주민들과의 상호소통이나 전통문화의 근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며 이 심포지엄이 국내는 물론 국외 대안공간들과의 연대를 이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각 대안공간에서 이어지는 '대안공간 네트워크전-럭키 서울'은 30여명의 국내외 대안공간 작가들이 대도시 서울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며 국제적인 공간 사이에 연대감을 키우는 기획전이다.

도시와 인권(대안공간 풀·29일∼12월 10일), 도시와 마이너리티(쌈지스페이스·12월 1∼14일), 도시와 영상(갤러리 보다·12월 4∼17일), 도시와 인간(대안공간 루프·12월 5∼31일), 도시의 기억(일주아트하우스·12월 6∼23일), 도시와 건축(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12월 6∼28일), 도시와 대안공간(인사미술공간·12월 6∼18일)으로 나눠 '럭키 서울'에 함축돼 있는 한국 근대화의 흔적들을 찾아본다. 02-760-4720.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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