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무허가 창고 대선 앞두고 우후죽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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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벌금을 내고도 이익이 남는다면 설령 불법영업이라 하더라도 장사를 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어떤 영업을 해도 관청을 비롯해 여기 저기에 뜯기는 돈이 적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벌금을 무서워하지 않는 불법행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요즘 선거철의 느슨한 단속을 피해 교통이 편한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무허가 창고 임대업이 성행하고 있어 또 다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그린벨트라 하면 불법행위 단속이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아무리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다고 한들 당국이 손을 놓고 그대로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도를 넘고 있다. 하남·구리·남양주·광명 등 서울 근교 위성도시 그린벨트에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가건물 형태의 창고가 난립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비단 이런 불법 건축물은 선거철 전부터 양산돼 왔지만 요즘 들어 창고 부지용 그린벨트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행정기관은 불법 건축물을 단속하여 고발조치 및 이행 강제금을 물리고 있다지만 무허가 창고가 없어지기는커녕 자꾸 늘어만 간다.창고를 짓는다고 임대가 되겠느냐 하겠지만 인터넷 쇼핑몰 운영회사들이 주문한 물건을 구입자에게 배달하기 위한 물류 공간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대기할 정도여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 이런 불법행위들이 판을 치고 있을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문다 해도 수익이 워낙 짭짤해 부동산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이 그린벨트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구리·남양주권 그린벨트를 보면 도로 인접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도로에서 좀 떨어진 땅 2백평을 평당 60만원에 매입하여 조립식 공법으로 1백평 짜리 창고를 짓고 나머지는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불법이므로 건폐율을 따질 필요가 없다.

이런 창고를 임대할 경우 보증금 2천만원에 월 20만원 가량 받을 수 있으니 보증금을 빼고도 연간 2천4백만원의 월세수익이 나오는 셈이다. 그린벨트 땅값이 평당 60만원이라면 가건물 건축비 평당 40만원을 포함한 투자비는 1억6천만원이 되므로 보증금을 제외한 실제 투자금에 대한 연간 수익률은 17%를 웃돈다. 수익률도 그렇지만 그린벨트가 풀려 주거지역 등으로 용도변경될 경우 이익은 엄청나다.

문제는 행정 당국의 단속에 걸렸을 때 벌금이 얼마나 되느냐는 점이다. 불법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액수가 다르지만 대개 3백만원을 넘지 않는다. 벌금이 너무 적어 매년 문다 해도 별로 걱정될 게 없다.

이 같은 창고 임대업은 투자 차원만 생각하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하겠지만 돈이 생기면 불법이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대담한 투자행태는 위험한 수위에 다다른 것 같다.단속을 게을리한 행정 당국에 대한 문책과 벌금 현실화를 통한 위법행위 근절이 시급하다.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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