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지하수 쓰면 청계천 물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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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청계천 복원을 앞두고 세계적인 하천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서울시는 25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도시하천의 복원과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 전략'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프랑스의 앙드레 마리블롱, 독일의 에릭 파세, 일본의 시마타니 유키히로 등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청계천을 복원하는 데 외국의 하천복원 경험을 참고하겠다"며 "청계천 주변을 국제금융기관과 다국적 기업을 위한 업무단지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은 "청계천 복원은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적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의 하천 복원 사업=프랑스의 파리 도시계획연구소의 앙드레 마리블롱 부소장은 파리시가 추진 중인 비에브로 하천 복원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비에브로 하천은 파리 남서부에서 시작해 파리시에서 센강과 합류하는 지천으로, 파리 시내를 흐르는 5㎞ 구간은 1935년에 복개됐다. 베르트랑 들라노 현 파리 시장은 비에브로 하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하천이 복원되면 하천수는 발원지에서부터 정화되고 수량조절 장치를 이용해 센강과 합류하는 부분까지 흐른다. 그러나 복원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공사 구간별로 입구와 출구에 배수펌프를 설치, 하천수를 흘려보낼 계획이다.

◇도시하천의 자연성 회복=독일함부르크 공과대의 에릭 파세 교수는 생태 복원과 수질 관리가 잘 돼야 도심하천 복원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계천을 하천의 침수기간과 지역에 따라 수중지역, 수륙양생지역, 육상지역 등으로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릭 교수는 "수중지역의 경우 천연의 돌과 모래로 바닥을 다져 자연형 하천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수륙양생지역에는 갈대식물 등이 살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육상지역은 풀이나 버드나무와 같은 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생태적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처리와 유량(流量) 확보=일본 국토교통성의 시마타니 유키히로 소장은 하천에 흘러드는 물의 양에 대해 설명했다.

유키히로 소장은 ▶지하 침투수 활용▶저류공간 확보▶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의 방법을 통해 청계천에 안정적인 유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계천에 많은 다리가 놓일 경우 홍수 때 나무나 쓰레기 등이 교각에 걸려 범람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키히로 소장은 "교각의 간격을 길게 하고 교량 구간 하천의 폭을 넓게 하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물의 자연 순환 체계 회복=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대표로 참석한 한국교원대 정동양 교수는 빗물과 지하수를 이용하면 한강물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교수는 중학천과 남산 수로에서 하수와 분리된 빗물이나 지하철역 구내의 지하수 등을 활용하면 하천수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강물이나 중랑하수처리장의 물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교수는 "대형 건물과 공공시설의 오수를 재활용하고 상류 오염수를 따로 흘려보내는 차집관로를 활용해 하수를 이용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하수가 빠져나간 빈 공간으로 청계천 용수가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수 이용을 엄격히 통제해 지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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