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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우물만 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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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한 사람은 작은 신문사에서 시작해 위성방송 왕국을 일궜고, 한 사람은 극장사업을 물려받아 미디어 제국으로 키웠다.

이들은 특히 경쟁업체의 젊은 경영자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가다 거꾸러지는 와중에도 흑자를 냈다. 70대의 나이에 젊고 예쁜 새 아내를 얻은 것까지 닮았다.

바로 루퍼트 머독(71) 뉴스코프 회장과 섬너 레드스톤(79) 바이어컴 회장이다. 바이어컴은 올 들어 9월까지의 세전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여섯배에 이르는 27억달러를 기록했다. 뉴스코프는 3분기 들어 세전순익이 3억1천5백만달러를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상승세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비방디의 장 마리 메시에, 베텔스만의 토머스 미델호프 등 한 때 잘 나가던 미디어그룹의 경영인들이 속절없이 퇴출될 때 이들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다른 미디어기업들을 무덤으로 몰고간 인터넷과 음반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어컴은 음악방송인 MTV를 소유하고 있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음반사업을 벌일 수 있었지만 레드스톤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머독은 한동안 인터넷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 때문에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회사를 살린 선택이란 칭송을 듣고 있다.

둘째는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한 우물을 파는 이런 노력은 성공적인 콘텐츠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바이어컴은 MTV가 제작한 TV쇼 '오스본'이 대히트를 기록해 거액을 손에 쥐었다. 뉴스코프의 폭스TV가 올 3분기 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82%나 늘어난 것은 시리즈물 '아메리칸 아이돌'의 성공 덕분이었다.

마지막 비결은 바로 이들의 뛰어난 로비력이다. 머독은 중국에서 위성방송사업을 벌이기 위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끈질긴 '구애'를 펼쳤다. 레드스톤은 중국 최고지도자인 장쩌민을 비롯한 핵심 관료들을 모두 만나 집요한 로비를 벌였고, 최근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만나 방송사 인수를 허용해 달라고 설득했다.

물론 이들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바이어컴의 비디오 대여 체인인 블록버스터는 최근 마진이 줄어든 데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로 위협을 받고 있다.

뉴스코프는 라틴아메리카와 이탈리아에서 벌인 위성방송사업에서 많은 돈을 까먹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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