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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자체들 합병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우리 마을이 합병되면 촌장님은 어떻게 돼요?"

"(웃으며)물론 실업자가 되겠지."

지난 15일 일본 나가노(長野)현 히라야(平谷)촌의 촌사무소에서 촌장과 초등학교 6년생·중학생 37명이 마을 합병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인구 6백41명의 히라야촌은 나가노현에서 가장 작은 기초자치단체로 내년 6월 주변 기초자치단체와의 합병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중학생 이상 주민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이날 촌장이 내년에 투표권을 행사할 학생들에게 합병에 관해 설명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히라야촌 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후쿠이(福井)현 마쓰오카(松岡)초(町) 등 5개 기초자치단체가 합병 찬·반 및 합병방법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등 일본 기초자치단체들 사이에 통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전국 3천2백17개 시·초·손(村) 가운데 40%인 1천2백98곳이 합병을 추진할 협의회를 설치했다. 지난 4월(4백2곳)의 세배 이상으로 불어난 숫자다.

지난달 이후 만들어진 협의회도 3백49개나 된다. 지역적으로는 히로시마(廣島)·오이타(大分)현 등 7개 현에서는 기초자치단체의 80∼90%가 협의회를 설치하는 등 서쪽 지역이 동쪽에 비해 활발하다.

아사히 신문은 "합병특례법에 따라 중앙정부가 합병하는 기초자치단체에 재정을 지원키로 한 시한(2005년 3월)까지 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선 올해 안에 협의회를 설치하고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기초자치단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행정·재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봄 합병특례법을 제정하는 등 지자체간 합병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助) 총무상은 "기초자치단체를 1천개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가 합병을 강요하고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대체로 재정이 튼튼한 기초자치단체들은 합병을 꺼리지만 재정사정이 빈약하거나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들은 매우 적극적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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