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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200여㎞ 기름 오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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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스페인 북서부 해상에서 두동강난 채 침몰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쏟아내는 시커먼 기름으로 서유럽이 비상에 걸렸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던 스페인의 갈리시아 해안이 이미 오염된데 이어 기름띠가 남풍을 타고 북상 중이다.

이 유조선이 싣고 있던 연료용 중유의 총량은 총 7만7천t으로 1989년 알래스카 근해에서 침몰해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엑손 발데스호의 유출 기름보다 두 배 가량 많다. 또 중유는 바닷물에서 끈적끈적한 덩어리로 변하기 때문에 원유보다 정화작업이 훨씬 어려워 이번 사고는 사상 최악의 환경오염 재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환경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유조선 침몰 피해=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근해를 항해 중 기름을 유출하기 시작하던 4만2천t급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19일 조난 5일 만에 완전히 두동강난 채 수심 3천5백m의 해저로 가라앉았다.

프레스티지호는 지난 14일 태풍을 만나 오른쪽 선체에 15m 정도의 균열이 생기면서 약 4천t의 기름을 유출, 주변 해역을 오염시키기 시작했으며 침몰 직전까지 약 1만t의 기름이 바다를 오염시켰다. 현재 가라앉은 잔해 속의 탱크에 6만여t이 남아 있을 것으로 스페인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유조선이 유출한 기름은 갈리시아의 바위투성이 해안 2백여㎞ 일대를 오염시켜 현재까지 18종의 바다 조류들과 해조류 등 해양 식물이 오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 스페인지부 에스키엘 나비오는 "수많은 고기와 새들이 죽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피해 복구·대책 마련=사고가 나자 스페인 정부는 유럽 국가들에 중유 제거를 위한 선박 지원을 요청했으며, 프랑스와 네덜란드 기름 제거 선박이 현지에 도착하는 등 12개국이 피해 복구에 나섰다. 하지만 높은 파도와 기상 악화로 인해 기름덩어리를 제거하는 작업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대형 기름 유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해양안전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선령(船齡) 26년에 달하는 프레스티지호와 같은 낡은 유조선들이 더 이상 해양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막자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강력한 해양정책이 EU 회원국들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U는 또 이번 사고 유조선의 경우 선체의 외피가 한 겹인 '단일 선체'여서 피해가 더 컸다는 점을 감안해 단일 선체를 조속히 퇴역시키고 선체를 두 겹으로 강화하는 '이중 선체'형 유조선의 사용을 권장키로 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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