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공세로 기존시장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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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는 지난 9월 중순 매실주 '매화수'를 새로 내놨다.

매화수의 출고가는 1천1백90원. 경쟁사 제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진로는 두산의 설중매와 보해양조의 매취순이 거의 양분하고 있는 매실주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다.

두산 '설중매'의 출고가는 3천7백5원, 보해양조 '매취순'의 출고가는 3천7백10원이다. 물론 이들 선발 두 회사 제품은 3백75㎖ 짜리이고 매화수는 3백㎖ 들이이기는 하나 가격차는 크다.

음식점에서 팔리는 값은 설중매와 매취순은 병 당 7천~1만원선이다. 매화수는 4천원 이하로 소주 한 병 값과 비슷하다.

그 덕분인지 매화수의 시장반응은 괜찮다. 출시 두 달째인 지난달 3만여 상자가 팔렸다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올 들어 선발 두 회사의 매실주 판매량은 월평균 8만~9만 상자여서 이 같은 매화수 판매 실적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품질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싼 제품은 역시 시장 반응이 괜찮은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진로의 브랜드파워와 유통능력도 작용하고 있다.

새 술에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주조회사들이 기존 메이커들이 친 높은 장벽을 깨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내려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매화수가 가격을 내릴 수 있게 된 연유가 흥미롭다. 진로가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매화수를 과실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세법상 다른 매실주는 리큐르로 분류된다. 리큐르에는 주세 72%와 교육세 30%가 부과된다.

반면 과실주에는 주세 30%, 교육세 10%만 붙는다. 출고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리큐르 53%이나 과실주는 32%다.

매실주 시장은 1997년 72%, 2000년 35% 성장하고 지난해 11% 증가해 연간 1천2백50억원 규모로 시장이 늘어났다.

새 술의 가격 파괴바람은 위스키 시장에도 불고 있다. 두산은 지난 9월'피어스클럽18'을 출시하고 위스키 시장에 새로 진입했다.

이 술의 출고가는 2만9천4백80원(5백㎖)이다. 이 술은 원액 숙성연도가 18년 이상 된 슈퍼프리미엄급이다.

이와 비슷한 숙성연도의 다른 위스키의 출고가는 4만9천~6만7천여 원이어서 피어스클럽의 가격은 매우 싼 것이다.

싼 신제품 출시의 영향인지 기존 위스키의 가격도 내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말 슈퍼프리미엄급 '스카치 블루 스페셜'(17년산)의 출고가를 30%가량 내렸다. 5백㎖는 4만4천원에서 2만8천9백30원으로 7백㎖는 6만5백 원에서 4만2천9백 원으로 인하했다.

물론 기존 제품들은 품질 경쟁력을 앞세우는 만큼 가격만으로 향후 시장경쟁력을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메이커들은 과거 가격을 내릴 경우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며 아예 처음부터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비싸거나 비슷하게 책정했던 점에 비춰 이 같은 가격정책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두산은 1997년 설중매를 새로 출시하면서 기존 매실주 보다 10% 가량 가격을 올려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업계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위스키만도 신제품 2종이 더 나와 올 연말 판촉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hhmor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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