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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잠깬 거인 야오밍 20득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옥수수밭으로 둘러싸인 인디애나폴리스는 만리장성에 어울리는 도시는 아니었다.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케츠의 신인 야오밍(사진)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치른 데뷔전은 한없이 실망스러웠다.

11분 동안 무득점에 2리바운드, 2실책. 아시안게임 때문에 열흘 전 팀에 합류, 적응이 힘든 탓도 있으나 인디애나폴리스에 대한 나쁜 기억도 있었다.

야오밍은 지난 7월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패배감을 느꼈다.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 축구에 고무된 중국은 13억 중국인의 자랑인 야오밍이 팀을 4강으로 끌고갈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팀은 16개국 중 12위에 그쳤다. 패배는 경쟁력 없는 가드진과 작전탓이었으나 짐은 야오밍이 짊어졌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두번의 실패를 겪은 후 야오밍은 자신감을 잃었다. NBA 7경기 평균 3.3득점. 팀 동료들은 그를 따돌렸고 미국 언론도 "만리장성은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역사적으로 별 효용이 없었다"고 비꼬았다.

입담 걸쭉한 은퇴 스타 찰스 바클리가 잠자던 거인을 깨웠다. 바클리는 로케츠에서 4시즌을 뛰어 팀에 관심이 많고, 1m98㎝의 키로 리바운드왕에 올라 키 큰 선수를 얕잡아 보는 경향도 있다.

바클리는 방송 스포츠쇼에서 "야오밍을 1순위로 지명한 것은 실수"라고 입이 닳도록 떠들었으며 급기야 "야오밍이 19득점하면 엉덩이에 키스를 하겠다"고 조롱했다.

야오밍은 "그렇다면 18득점만 하겠다"고 온건하게 답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LA 레이커스 전에서 20득점하면서 바클리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야투 9개가 모두 들어갔고 불리한 자리에서 공격리바운드를 번번이 채갔다. 바클리뿐 아니라 섀킬 오닐, 레이커스의 열렬팬인 영화배우 잭 니컬슨도 놀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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