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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에이즈 어떻게 줄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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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태국에서 지금까지 1백만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중 30만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감염률을 낮춘 것만 해도 성공이다. 태국의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은 유엔·월드뱅크 등 국제기관이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태국 보건부 산하 질병관리국의 타위샵 시라프라파시리 에이즈관리소장(40·사진)은 "태국에 매춘여성과 동성애자가 많은 것이 에이즈 감염 확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태국에서 4백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될 것으로 추산했었다. 그러나 적극적인 예방 프로그램 덕분에 이를 4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

"프로그램의 핵심은 콘돔 사용이다. 89년부터 '1백% 콘돔 프로그램'을 시작해 큰 효과를 보았다. 95년부터는 에이즈에 감염된 임산부에게 분만 전에 에이즈치료제(AZT)를 단기 투여해 자녀에게로 에이즈가 옮겨질 위험을 3분의 2로 줄였다."

NGO와 에이즈 감염자 단체를 적극 활용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국내에 에이즈 관련 NGO가 3백개, 환자 모임이 6백개 가량 있다. 정부는 여기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돕고 있다. 감염자가 나서서 에이즈 예방 홍보·교육을 하고 확산을 막는 데 동참한다. 에이즈 감염자(보균자)는 에이즈 환자로부터 감염 후 생활 경험을 듣게 했다."

태국에서 에이즈 감염자는 84년(한국은 85년)에 처음 발견됐다. 이 숫자는 88년까지는 수십명에 불과했으나 89년∼95년에 급증했다. 신규 감염자는 91년의 경우 14만3천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만5천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는 한국의 에이즈 감염자수가 태국보다 훨씬 적지만(9월 말 현재 1천8백88명) 안심은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에이즈는 나라마다 발병조건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가 있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서 최근 1년 사이에 에이즈 감염자수가 급증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국내의 에이즈 감염은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으나 태국에선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동성애를 통한 감염은 에이즈 발생 초기에 많았으나 그후 급격히 감소해 지난해의 경우엔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지금은 동성애자를 비난하기보다 이성 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할 때다."

에이즈 감염자가 크게 늘면서 '감염자와 함께 살아가기'를 위한 정책도 개발됐다.

"감염자와 정상인이 함께 거주하면서 생활하는 마을(케어 빌리지)이 전국에 3백∼4백곳이나 된다. 처음에는 정상인들을 설득하기가 힘들었지만 '감염자와 악수하고 식사를 같이 하며 직장에 같이 다닌다고 해서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꾸준히 홍보·교육한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에이즈 치료·예방·관리를 위해 3천1백만달러를 썼다.

태국 방콕=박태균 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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