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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과 반작용의 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뉴턴 역학의 기본 원리 중의 하나가 뉴턴의 제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한 물체 A가 다른 물체 B에 가하는 힘은 물체 B가 물체 A에 가하는 힘과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라는 것이다. 이를 우리 근처의 물체에 적용시켜보자. 손에서 놓은 물체와 달리 천장에 달려 있는 전등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물론 전선이 전등을 끌어올리면서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지구가 전등을 끌어내리는 힘은 밑으로 작용하고 전선이 전등을 끌어올리는 힘은 위로 작용한다.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두 힘이 서로 상쇄돼 전등에는 아무런 알짜 힘도 작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전등은 계속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전등과 전선 사이에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성립한다. 전선이 전등을 끌어올리는 만큼 전등은 전선을 끌어내린다. 전등이 전선을 아래로 끌어내림에도 불구하고 전선이 아래로 낙하하지 않는 것은 천장이 전선을 들어올려 주기 때문이다. 전등은 전선을 끌어내리고 천장은 전선을 끌어올리면서, 위와 아래로 작용하는 힘이 다시 평형을 이루게 된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다시 적용하면 천장이 전선을 끌어올리는 만큼 전선은 천장을 끌어내린다. 전선이 끌어내림에도 천장이 내려앉지 않는 것은 벽면이 천장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벽면이 천장을 받쳐주는 만큼 천장이 벽면을 누르지만 벽면은 지반이 받쳐주기 때문에 땅 밑으로 내려앉지 않는다.

작용과 반작용의 고리가 전등에서 시작해 전선·천장·벽면·지반으로 연결됨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지반은 지구의 일부이므로 전등이 천장에 달려 있다는 간단하게 보이는 이 사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도 상호 연관과 의존의 고리가 지구를 포함하는 우주 전체에까지 이어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전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사건이 다 마찬가지다.

이렇게 세계의 모든 사건이 우주 전체의 상호 참여, 우주 전체의 상호 투영으로 성립된다는 것을 화엄(華嚴)에서는 상입(相入: Mutual Penetration)이라고 한다. 상입은 서로 다른 다양한 존재가 서로가 서로를 성립하게 해주는 우주의 모습을 설명한다. 하나의 싹이 틔워지는 일, 하나의 꽃잎이 열리는 일, 그 하나 하나가 빠짐 없이 전 우주적 진동이라는 세계 이해다. 그래서 싹 하나가 우주 전체고 꽃잎 하나가 우주 전체다. 싹이 우주고 꽃잎이 우주다. 그 꽃잎 하나가 구원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도 구원은 불가능하고, 그 꽃잎 하나가 아름다움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도 아름다움은 불가능하다.

아인슈타인에서 비롯된 EPR 문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세계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과 1초 후에 화성에서 일어난 사건 사이에는 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그 둘 사이에는 고전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건 사이에 양자역학적으로 강한 상호 연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이해하는 것 이상의 상호 연관의 틀로 우주가 짜여져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 잎 떨어지는 오동잎에서 천하의 가을을 안다고 했다. 그 한 잎이 그대로 천하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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