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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는 디플레, 버핏은 인플레에 베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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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안전자산으로 ‘피항’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큰손’들 사이에서도 피하는 방향에선 차이가 난다. 머릿속에 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핌코(PIMCO)는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미국에서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반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유 자산을 조정하고 있다.

핌코의 글로벌자산운용 책임자인 스콧 매더는 10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서 “미국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이 1990년대에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핌코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25% 정도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 아래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는 안전 투자처로 만기가 긴 국채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가 운용을 책임진 펀드도 최근 미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3월 말 33%였던 핌코 펀드의 미 국채 편입 비중은 지난달 말에는 51%로 높아졌다.

반면 버핏 회장은 반대 상황(인플레)에 대비하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 들어 장기 채권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단기 채권 비중을 늘렸다. 전체 채권자산 중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채의 비중은 지난해 2분기 말 16%에서 올 3월 말 18%로, 다시 6월 말에는 21%로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올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게 만기가 긴 채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정책당국을 향해 꾸준히 ‘통화 과잉’의 위험을 경고해 온 버핏은 5월 주주총회에선 “베팅을 하고 싶다면 인플레이션에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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