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게이트' 부실수사 유창종 前중수부장 서울지검장에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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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8월 정기인사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단행된 15일 검찰고위 인사는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발생한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에 대한 문책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서울지검장에 '이용호 게이트' 부실 수사로 문책당한 검찰 간부가 발탁되는 등 임기 말 봐주기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대선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검찰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기 위해 인사 범위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문책 인사=지난달 26일 서울지검 강력부의 수사 도중 피의자 趙모(30)씨가 숨진 사건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김진환 서울지검장과 정현태 3차장검사를 지방의 고검으로 내보냈다. 사법시험 3∼4기 후배가 있던 자리로 좌천된 것이다. 특히 김진환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고검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서울지검장 자리에 있었던 것에 비춰 강도 높은 문책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날 "인생에 있어 이런 시련이 없었다"면서 불편한 마음을 표시했다.

최근 김정길 법무부장관의 퇴임사를 작성하면서 이명재 검찰총장 퇴임사를 상당 부분 베껴 물의를 빚었던 오병주 법무부 공보관도 교체됐다. 공보관이 3개월 만에 바뀐 것은 이례적이다. 법무부는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할 검찰에서 오히려 피의자가 독직폭행으로 인해 사망한 전대 미문의 사태를 맞아 지휘·감독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봐주기 인사 논란=김각영 검찰총장에 이어 서울지검장에 유창종 법무부 법무실장이 기용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金총장의 경우 2000∼2001년 서울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정현준·진승현 게이트에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연루된 사실을 밝혀내고도 제대로 수사를 지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검 차장에서 부산고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으나 지난번 인사 때 법무 차관으로 재기했다.

더구나 이날 인사에서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 2차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다가 부실 수사 등을 이유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좌천 인사를 당했던 유창종 법무부 법무실장까지 서울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밖에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 가족과 여름 휴가 때 제주도에 동행해 구설에 올랐던 박종렬 광주지검장은 법무부로 입성했다. 당시 朴지검장은 검찰 내 '빅4'의 하나인 대검 공안부장으로 있다가 일선 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들이 게이트 수사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긴 하지만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金총장(충남 보령)에 이어 유창종 신임 서울지검장(충남 홍성)·명노승 신임 법무차관(충남 서천) 등 검찰 내 충청권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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