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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美 입양아 하원의원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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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뉴욕지사=김종훈 기자] 두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20대가 최근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서 미시간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으로 밝혀졌다.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에 이어 두번째 입양아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주인공은 미시간주 하원 22선거구(테일러시)에서 71%(1만4천42표)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초선 의원이 된 훈영 합굿(28).

그는 내년에 은퇴하는 레이몬드 베스햄 현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합굿 당선자는 지난 12일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릴 때 한국에서 입양돼 온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시간주 의회에 첫 아시아계 의원으로 입성하게 된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시간주 테일러시의 한 가정에 입양된 그는 고아원에서 건네받은 생일(1974년 12월 8일) 외에는 다른 출생 기록을 갖고 있지 않다. 98년 한국을 방문, 부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주민의 90% 이상이 백인이고, 한인은 2만여명에 불과한 미시간주에서 지금껏 살아왔지만 나 자신이 한국계임을 항상 자랑으로 여겨 왔다."

합굿은 "앞으로 의정활동 과정에서 한인 사회와의 관계를 더욱 넓혀나갈 생각이며, 특히 한국계 미국인 문제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간 앤 아버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96년 선거 때 미시간주 노동조합총연맹(AFL-CIO)에서 코디네이터란 직책으로 민주당 선거운동에 큰 도움을 줬다.

이것이 인연이 돼 이후 주(州)하원 민주당 정책 보좌관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99년부터 베스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수업을 착실하게 받은 덕에 첫 출마에서 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고 말했다. 함께 입양된 그의 친형 정호 합굿은 테일러시에서 환경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nykjhn@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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