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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11악몽' 되살아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역에서 미국의 포위공격을 따돌리고 연기처럼 사라졌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13일 살아 있는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미국이 주도해 온 대(對)테러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테러 조직 알 카에다를 이끌어 온 '테러 총수'가 건재한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미국 등 서방세계는 '제2의 9·11' 공포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특히 미국은 '테러의 꼬리'를 완전히 자르지 못한 채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빈 라덴은 12일 카타르의 위성 TV 방송인 알 자지라를 통해 예멘 유조선 공격, 발리 폭탄테러, 모스크바 체첸 인질사건 등 최근 잇따라 터진 테러 사건을 찬양하고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경고하는 녹음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는 "(최근 발리 폭탄테러 등은) 종교를 수호하는 데 열정적인 이슬람의 아들들이 감행한 것"이라며 "이 시대의 파라오(제왕)인 조지 W 부시(미국 대통령)가 이라크에서 우리의 아들들을 죽이고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여자들과 노인·어린이들이 사는 집을 폭격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독일·호주를 열거한 뒤 "너희 정부들이 백악관에 있는 도적들과 연합해 무엇을 하려는가"라고 말했다.그런 뒤 "복수할 때가 왔다. 너희들이 살인한 것처럼 살해당할 것이며, 폭탄을 퍼부었듯이 폭탄 세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빈 라덴의 생사를 둘러싼 엇갈린 진술과 증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빈 라덴의 목소리는 그동안에도 몇차례 알 자지라 방송 등을 통해 방송됐다. 하지만 매번 녹음 시점 및 진위를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다.

그러나 이번 테이프에 담긴 음성을 정밀 분석한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과거에 녹음된 빈 라덴의 목소리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미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NBC 뉴스와의 회견에서 "그의 목소리"라고 단언했다. AP 통신 등은 "빈 라덴이 어디에 있든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빈 라덴 테이프

알 자지라 방송 일지

▶2001년 10월 7일

"전세계 미국인들은 안전치 못할 것"

▶11월 4일 "테러와의 전쟁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

▶12월 26일 "아랍인 19명이 미 제국을 흔들었다"

▶2002년 1월 31일

"미국에서 자유와 인권이 최후의 운명을 맞았다"

▶4월 15일 "9·11은 위대한 승리"

▶10월 6일 "미국 경제시설 추가 테러"경고

▶11월 12일 "부시는 이 시대의 파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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