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급주택도 세일 확산 … 분양가 30억 빌라가 21억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경기를 덜 탄다는 고급주택도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서울·수도권의 고급주택(전용 231㎡ 이상, 20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통칭) 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대형빌라와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에는 급매물이 쌓이고 수도권 타운하우스는 미분양이 넘친다. ‘세일’은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중개업소들에는 시세보다 20~30% 싼 급매물이 4~5개씩 나와 있었다. 6개월 전 46억원에 거래됐던 Y빌라 409㎡형은 39억원에, 올 초 입주한 인근 B빌라 247㎡형은 분양가보다 5억원 내린 43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분양가가 30억원을 웃돌았던 A빌라트 406㎡형은 입주 2년 만에 21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준공한 청담동 고급빌라 M힐스는 절반이 미분양됐다. 청담동 영동공인 이석순 사장은 “청담동에 몰려 있는 450여 가구의 고급빌라촌에서 요즘처럼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준공한 강남구 도곡동 R주택 337㎡형은 분양가가 40억원 선이지만 30억원에 구해줄 수 있다고 인근 중개업자는 말했다. 고급주택 전문업체인 럭셔리앤하우스 유성철 대표는 “강남·서초구에는 분양가나 시세보다 20% 이상 싼 고급빌라 급매물이 흔해졌다”고 말했다.

주상복합도 하락폭이 커졌다. 서울 도곡동의 T주상복합 164㎡형은 지난해 5월 30억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25%나 떨어진 22억2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고급주택은 실수요 차원에서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경기 변동에 둔감했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시장 장기침체는 이런 주택의 값어치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

고급빌라 전문업소인 서울 삼성동 금잔디공인 최정일 실장은 “올 들어 삼성동과 청담동의 고급빌라가 한 달에 한 건도 거래되지 않는다”며 “2년 전만 해도 1억~2억원만 내려도 금방 팔렸으나 지금은 5억원을 내려도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가 없으니 간혹 급매물이 나오면 시세로 굳어진다”고 덧붙였다.

서울 주요 지역의 고급주택 거래 부진은 수도권 고급 타운하우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요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용인시 동백지구 남양휴튼 트리니티(48가구)와 롯데 펜트하임(89가구), 그리고 죽전택지지구 웰리드(75가구) 등은 사업을 접었다.

분양을 시작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계약률이 극히 낮아 사업을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어서다. 용인시에 따르면 용인 동백지구, 죽전택지개발지구 등에서 20가구 이상 규모로 분양하는 타운하우스는 13개 단지, 790여 가구이며 이 가운데 355가구가 7월 말 현재 미분양이다. 준공 후 미분양도 251가구나 된다.

분양대행사 SKD&D의 고명덕 부장은 “경기도 죽전·동백·동탄 등지의 타운하우스는 대부분 서울의 고급 주상복합 거주자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잡고 있다”며 “서울 강남의 기존 고급주택 거래가 안 되니 타운하우스 거래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박일한·임정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