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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주말이 더 싫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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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결식아동들은 주말과 휴일에 더 배가 고프다. 밥 대신 과자.빵.라면 등으로 점심을 때우기 때문이다. 일선 시.군에서는 주말에는 도시락 업체들이 문을 닫는 데다 배달할 인력조차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24일 전북 군산시의 결식아동들은 '건빵 도시락'과 함께 과자봉투를 받았다. 이 봉투에는 토요일(25일)과 일요일(26일)에 먹을 스낵.비스킷.음료수 등이 들어 있었다. 지난 1~2일에는 빵 3개, 8~9일에는 라면 5개가 든 봉투가 배달됐다. '부실 도시락' 파문 뒤인 15일과 16일엔 밥 없이 오징어 볶음.계란.장조림.야채 샐러드 등 이전보다 다소 나아진 반찬이 지급됐다.

강릉시는 토요일은 빵과 우유를, 일요일에는 쌀.라면 등을 살 수 있는 식품권을 대신 지급하고 있다.

강릉시 사천면.구정면.내곡동.성덕동 지역 결식아동 90명에게 도시락 배달을 담당해오고 있는 강릉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경우 금요일에 도시락을 배달하면서 토요일용으로 샌드위치 등 빵류와 우유를 함께 배달해 주고 있다. 일요일은 아예 도시락 배달을 하지 않고 있다.

경남도는 김해시와 마산시 지역의 결식아동 459명에게 식품권을 나눠주고 있다.

이모(12.군산시 산북동)군은 "지난 금요일 밥은 없이 반찬만 든 도시락이 토.일요일 분으로 함께 배달돼 할머니가 일을 나가면서 해놓은 아침밥을 데워서 먹었다"며 "빵이나 라면을 점심으로 먹은 날은 금방 배가 고파진다"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주말과 휴일용으로 1인당 2500원어치의 과자.빵 등을 점심으로 전달했다"며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는 도시락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밑반찬을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말에 빵.라면 등을 지급하는 것은 배달을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일의 경우는 이들을 동원하기가 더 어렵다고 복지관 측은 하소연하고 있다.

군산시내 결식 어린이 1200여명의 급식 운영을 맡고 있는 군산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2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으나 토.일요일 자원봉사는 말도 못 꺼낼 형편이라는 것이다.

군산의 한 사회복지사는 "배달 자원봉사자들이 쉬는 날에도 결식아동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역 아동센터나 교회 등을 급식소로 활용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군산.강릉=장대석.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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