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람보르기니·페라리 몰러 일본行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아폴로 박사님' 조경철(73) 박사는 천문학자다.

그는 1969년 7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닐 암스트롱이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해 귀환할 때까지의 장면을 KBS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했다. 그는 이 때 아나운서와 해설자, 그리고 통역까지 1인3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갈채를 받았다. 이후 한국의 천문학과 우주과학을 개척하는 데 한평생을 바쳐왔다. 그러나 87년부터 15년째 '자동차 박사'를 겸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2백여종의 자동차를 시운전한 경험과 해박한 자동차 지식을 맛깔스런 글로 연재하고 있는 것이다.

조박사의 평양고보 2년 후배인 월간 『자동차생활』의 김재관 회장이 권유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 매월 새 자동차의 이모저모를 원고지 40∼50장에 담아 자동차 팬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다.

조박사와 자동차의 인연은 54년 미 테네시주 더스칼럼대학으로 유학가 69년 귀국할 때까지 15년 동안 미국에 머무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천문대가 있는 높은 산까지 중고차로 오가면서 차가 고장나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연스레 차를 많이 알게 됐다. 낡은 자동차를 갖고 레이싱 그룹에 가입해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시승을 하기 위해서라면 미국·일본·이탈리아 등 대륙과 나라를 구분하지 않고 다녔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90년대 초 소련이 개방정치로 돌아설 무렵 무역박람회 참관 차 모스크바에 들렀다가 크렘린의 정상 전용차인 '차이카'와 '질' 리무진을 탄 것이다. 일본 후지산 밑의 레이싱 코스를 빌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를 운전할 정도로 그의 극성은 대단했다.

'아폴로 박사'의 자동차 사랑은 시승에 그치지 않고 모터 스포츠에까지 이어졌다.한국자동차경기연맹 초대 회장을 지낸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의 유명 고급 자동차를 다 타고 다녔지만 정작 그가 소유하고 있는 차는 올해 13년된 낡은 티코다. 한달 연료비가 4만∼5만원에 불과하고 주차하기 쉽다며 경차 예찬론을 편다. 자동차가 생활의 일부분이 된 상황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제일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97년부터 지난달까지 SBS 라디오 '조경철의 자동차 24시'를 진행하면서 자동차에 관한 각종 정보를 구수한 입담으로 청취자들에게 전달한 조박사는 자동차와 관련한 책도 여러 권 냈다. 그는 고희를 넘겼지만 다음주 링컨 타운카 시승을 앞두고 있는 영원한 현역이다. 현재 한국우주환경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아폴로 박사는 오늘도 자기 앞에 새 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