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저주' 2연패 끊었다… TG '성공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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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TG삼보는 지난 10일 외국인 선수 처드니 그레이를 내보냈다. '외곽슛은 좋지만 높이에 문제가 있어 우승을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평균 17.3득점을 한 그레이는 한국을 떠나며 "최선을 다했고,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부족함이 없던 내가 왜 팀을 떠나야 하느냐"며 반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레이의 저주' 얘기가 나왔다.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뒤 86년간 우승을 못했다는 '밤비노의 저주'를 빗댄 얘기다. 4연승을 달리던 TG삼보가 그레이를 교체한 이후 하위팀에 2연패하자 저주론은 설득력이 있었다.

16일 삼성과의 잠실 원정 경기에서도 TG삼보는 초반에 더블스코어로 밀렸다. 저주는 계속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레이 대신 들어온 아비 스토리가 세 경기째에 확실하게 '저주'를 깼다. 7-12로 뒤지던 1쿼터 5분 스토리는 속공과 외곽슛, 골밑 돌파 등으로 9점을 몰아넣었다. 스토리의 원맨쇼가 벌어지자 신기성과 양경민이 3점슛으로 가세, 간단히 1쿼터를 26-14로 뒤집었다.

삼성은 3쿼터 후반 강혁과 알렉스 스케일의 공격으로 52-46까지 쫓아왔다. 팀 전원이 속공에 가담해 체력소모가 심한 TG삼보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뎌졌고, 경기 흐름이 완전히 삼성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때 스토리가 다시 빛을 발했다. 김주성의 자유투가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3점슛 라인 밖에서 어느새 달려들어 양손 덩크슛을 내리꽂았다. 신이 난 스토리는 다음 공격에서 3점슛을 깨끗하게 성공시켰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스토리는 26득점.7리바운드로 새 팀에 첫 승리를 안겼다. TG삼보는 23승11패를 기록, 모비스를 85-75로 꺾은 KTF에 2게임차 선두를 유지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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