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못할 기생충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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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기생충 박멸만큼 국내에서 성공한 보건사업도 드물다. 기생충의 대명사였던 회충은 이제 도시지역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학계에 보고할 정도로 드문 질환이 됐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변검사도 사라졌다. 기생충박멸사업을 주도했던 기생충박멸협회가 건강관리협회로 명칭을 변경했을 정도다.

그러나 구충제를 복용해야할 이유는 아직도 충분하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임재훈 교수팀은 담관암 수술을 받은 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명(35%)이 간 디스토마에 감염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간 디스토마는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사람에게 흔한 기생충이다. 간 디스토마가 치명적인 담관암의 원인인 것이다.

간 디스토마에 오래 감염돼 있으면 쓸개즙의 배출이 저해되고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해 담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요충이 어린이에게 입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의학전문잡지인 '소아청소년의학지'는 최근 요충에 감염된 어린이 28명 중 18명에게 구충제를 복용시킨 결과 입냄새가 사라졌다는 내용을 실어 화제가 됐다.

칫솔질을 열심히 하는데도 입냄새가 난다면 요충 감염이 원인일 수 있으며 이 경우 구충제 복용이 정답이란 것이다. 요충이 왜 입냄새를 일으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구충제를 복용시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조치다. 아직 위생관념이 모자란데다 집단생활을 하는 국내 유치원생의 경우 15% 가량이 요충에 감염돼 있다.

이들은 대개 밤에 항문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원인 모를 입냄새 제거까지 될 수 있으니 구충제 복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

최근 시판되는 구충제는 1회 복용으로 대부분의 기생충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는 반면 부작용은 적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대개 1∼2년에 한번 정도 가족이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선 이들 동물로부터도 기생충이 사람에게 옮겨올 수 있으므로 개와 고양이에게도 구충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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