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책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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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광화문은 문이다. 네거리가 아니라 분명히 문이다. 조선왕조의 으뜸가는 궁궐―법궁 경복궁의 정문이다. 아니, 정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으로서보다 네거리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날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은 참 멀다. 광화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서 접근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넓다는 세종로와 또 율곡로·사직로가 이리저리 가로막고 있다. 『우리 궁궐 이야기』(홍순민, 청년사)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합니다. 강북에 새마을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그런 계획과 논의들이 한창이고 분분합니다. 하지만 나에겐 그보다 간절한, 그러나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화문으로 곧장 걸어가고 싶습니다. 도중에 벤치라도 놓여 있으면 거기에 잠시 앉아 시집이라도 읽고 싶습니다.

김석희<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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