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MBA설립 나선 경제대국 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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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이지만 늘 아쉬워하던 게 하나 있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내세울 만한 세계적인 경영대학원(MBA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독일의 MBA지망생들은 미국의 와튼·하버드·스탠퍼드대나 프랑스의 앵세아(Insead), 영국의 런던경영대학원(LBS)에 유학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독일도 이들과 맞먹는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을 베를린에 설립키로 한 것이다.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베를린에서 유럽경영기술대학원(ESMT:European School of Management and Technology) 창립 기념식을 열었다.

2004년 정식으로 개교하는 ESMT는 다임러 크라이슬러·알리안츠·도이체 방크·루프트한자 등 독일을 대표하는 27개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다.

이들은 이미 창립 기금으로 9천만유로(약 1천85억원)를 갹출했다. 교사(校舍)는 동독의 국가원수였던 에리히 호네커가 집무하던 국가평의회 건물. 시가로 2천4백만 유로에 달하지만 독일의 간판 MBA코스를 유치한다는 자부심으로 베를린시가 무상 증여했다.

ESMT의 목표는 국제화 시대를 이끌 유능한 경영인을 양성하는 것. 이에 따라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초대 원장은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앵세아 교수를 역임한 영국의 데릭 아벨(경제학)교수를 선임했다. 60명에 이르는 교수의 3분의 2를 외국에서 초빙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독일 촌티'를 완전히 벗겠다는 것이다. 아벨 원장은 5년 내에 ESMT를 세계 정상급 MBA 스쿨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ESMT는 MBA과정 외에도 연간 3천5백회의 경영자 회의와 세미나를 개최, 명실공히 독일 경영자 교육의 산실이 된다는 구상을 세웠다.

독일의 모든 국·공립대학이 무료인 것과 달리 ESMT의 수업료는 비싼 편이다. 1년짜리 MBA과정을 이수하는 데 3만유로가 든다.

다른 문제도 있다. 1년 예산으로 책정된 1천5백만유로가 정상급 경영대학원치고는 너무 적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탠퍼드대 MBA스쿨이나 앵세아의 1년 예산이 9천만유로에 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또 당장 교사로 쓸 건물 수리에도 2천5백만 유로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공동설립자인 기업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이 과연 경영학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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