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성과주의 반발’ 잘 극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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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9일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성호 대학생 사진기자(후원:canon)]

16대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조현오(55) 서울경찰청장은 9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위원회의 임명 제청 동의를 받기 위해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조 청장은 “아직 임명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그는 가벼운 미소를 띠었지만 긴장한 표정이었다.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대한민국 치안 총수의 자리에 대한 영광과 부담이 함께 느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조 청장의 심경을 대변했다.

경찰위원회는 이날 임시회의에서 조 후보자를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명 제청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은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하게 된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조 후보자는 이르면 이달 말 경찰청장에 임명될 전망이다. 하지만 조 후보자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우선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경비와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가 차기 청장후보에 내정된 데는 쌍용차 사태를 무난히 마무리하는 등 경비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경찰의 문제를 극복하고 조직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조 후보자는 올 1월 서울경찰청장에 부임하면서 인사 개혁 실험을 시도했다. 인사 청탁 배제, 성과주의 등 파격적 개혁 실험은 조 후보자의 ‘원칙주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개혁 시도가 현장에 잘 정착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서울양천경찰서에서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가혹 행위를 한 사건이 벌어졌고, 서울강북경찰서장은 실적주의에 반대하며 항명을 하기도 했다. 아동 성폭행 사건, 경찰관의 비리도 이어졌다.

외무고시 출신인 조 후보자는 경찰대와 비경찰대, 간부와 부하 직원으로 나뉜 경찰 내의 고질적인 조직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또 너무 성과를 강조한 나머지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다스릴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새 청장에겐 일선 경찰관의 기강을 확립하면서 성과주의에 대한 내부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임성호 대학생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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