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李후보 부친 빈소서'弔問정치' 정·관계 3000여명 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선 정국에 '조문정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의 부친 홍규(弘圭)옹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에서다. 1일엔 3천여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는 이날 오전 조부영(趙富英)국회부의장, 정진석(鄭鎭碩)의원 등과 함께 문상했다. 李후보가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JP는 "장지(葬地)가 예산이라면서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JP는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10여분간 담소했다. 한나라당 양정규(梁正圭)의원이 "잘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하자 JP는 "사돈 남말 하고 있네"라고 답했다. JP가 자리를 뜨면서 梁의원에게 귀엣말로 "조의금을 가져왔는데 안받는다니 어떡하느냐"고 묻자 梁의원은 "다른 걸로 주십시오"라고 응수했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대표는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우리 당에서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복당설에 대해 '당 대 당'통합을 강조하는 그의 입장이 반영된 발언이다.

민주당에서도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를 비롯, 한화갑(韓和甲)대표·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이인제(李仁濟)·김상현(金相賢)의원 등 10여명이 방문했다. 盧후보는 조문 뒤 김진재(金鎭載)·권철현(權哲賢)의원 등 한나라당 부산출신 의원들과 잠시 환담했다.

2일 부산시 선대위 발대식을 열 예정인 盧후보가 "내일 부산을 탈환하기 위해 내려간다"고 하자 李후보 비서실장인 權의원은 "우리가 (장례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을 때 많이 뚫어 놓으시라"고 대꾸했다.

權실장은 한광옥 최고위원에겐 "홍규옹이 49일만 더 사셨으면 아들이 대통령 되는 것을 보셨을 텐데"라고 말해 그의 표정을 굳게 했다. 이인제 의원은 李후보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택으로 돌아간 뒤 빈소를 찾았다. 이날 민주당을 탈당한 김명섭(金明燮)의원은 빈소에서 양정규 의원과 밀담을 주고받았다.

방일(訪日) 중인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은 수행 중이던 박종웅(朴鍾雄)의원을 이날 아침 귀국케 해 조의를 전했다.

李후보는 휴대전화로 YS와 통화하면서 "朴의원까지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은 李후보에게 "아버님께서 중요한 시기에 많은 도움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딸 원정출산' 논란 이후 미국에 체류 중이던 李후보 장남 정연(正淵)씨도 급거 귀국해 빈소를 지켰으나 언론과의 접촉은 피했다.

이날 빈소 방명록은 한국 명사록을 방불케 했다. 김석수(金碩洙)총리·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최종영(崔鍾泳)대법원장 등 3부요인이 모두 다녀갔다. 유지담(柳志潭)선관위원장·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과 이한동(李漢東)·이수성(李壽成)·이홍구(李洪九)·조순(趙淳)·강영훈(姜英勳)·노신영(盧信永)·황인성(黃寅性)전 총리도 조문했다. 재계에선 김창성(金昌星)경총회장·박용성(朴容晟)대한상의회장 등이, 종교계에선 김수환(金壽煥)추기경·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조용기(趙鏞基)순복음교회 목사 등이다. 법조·언론·문화계 인사들도 대거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영결미사는 2일 오전 9시 혜화동 성당에서 정진석(鄭鎭奭)서울대교구 교구장의 집전으로 열린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