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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Kid+Adult) 겨냥 인형광고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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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여자들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공주가 되고 싶어한다. 곱슬곱슬한 긴 머리, 땅에 끌리는 긴 드레스를 입은 공주의 모습이 선망의 대상인 것이다.

최근 리바트에서 시작한 혼수 가구 광고는 그런 여자들의 환상을 화면에 그대로 옮겨 놓은 형식이다. 광고에서 탤런트 김남주는 바비 인형으로 분장하고 출연한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작은 관을 머리에 쓴 김남주의 화려한 모습은 여자들이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광고를 위해 김남주는 다섯 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다고 한다. 인형용 가발과 손톱을 붙이고 화장을 하는 데만 두 시간 넘게 걸렸다. 더 인형처럼 보이기 위해 컬러 렌즈를 착용하도록 돼 있었지만 김남주가 안구건조증이 있어 그냥 맨눈으로 촬영했다는 후문이다. 이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의 윤세화 대리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모든 것들이 여기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며 "바비 인형이 상징하는 여성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통해 상품 품질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고 말했다.

광고에서 인형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키덜트(kidult:kid+adult) 현상을 이용한 광고 기법 중 하나다. 즉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향수에 빠지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현재 방영 중인 화장품 '칼리' 광고도 바비 인형을 이용했다. 이 광고에서 탤런트 이요원은 오르골 인형을 쫓아 가다가 그 인형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요원도 이 광고에서 직접 오르골 인형으로 분장했다. 대보기획의 김영원 실장은 "인형이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인형을 수집하는 여자들이나 조립 로봇에 빠진 남자들이 늘고 있다"며 "칼리 광고에서는 인형을 통해 사람들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동서식품 커피 브랜드 '맥심'에서는 인형을 보고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에서 남편 역의 영화배우 안성기는 아내에게 귀여운 인형을 선물함으로써 잠시나마 천진스런 동심의 세계를 즐긴다.

전문가들은 인형을 이용한 광고가 보는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소재(인형)를 이용해 제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요인의 하나다.

LG텔레콤의 '홀맨'은 귀여운 인형 캐릭터를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경우다. LG텔레콤은 10대용 요금제 카이를 선전하기 위해 복잡한 설명 대신 인형 홀맨을 내세웠다. 홀맨을 이용한 광고가 효과를 거두자 다시 홀맨의 친구인 블랙홀 인형까지 만들어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KT의 통화서비스 브랜드 '비기'도 같은 이름의 공룡 인형을 통해 제품을 광고한다.

LG텔레콤의 조성호 과장은 "어린 시절에 갖고 놀던 인형은 심리적 경계심을 허물어뜨려 상품을 친숙하게 만들어 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형을 이용한 광고는 쉽게 눈길을 끄는 대신 이미지를 고정시켜 쉽게 싫증을 느끼게 한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2년 전 방영한 '에뛰드'화장품의 '속눈썹 공주'편은 그룹 SES가 바비 인형으로 분장하고 나왔던 광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소비자를 중·고등학생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인형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어린이 모델을 이용했던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광고 '성냥팔이 소녀'편도 올 봄부터 전략을 수정했다. 시청자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 광고를 제작한 한형희 부장은 "동화나 인형을 이용한 광고는 인지도를 높이기 쉬운 대신 시청자들이 금방 지루해 하는 면이 있다"며 "귀엽고 깜찍한 소품을 이용하기보다 일반 모델을 통해 제품을 알리는 광고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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