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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國부동산이 그래도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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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달 5∼9일 미국 뉴욕과 LA에서 열린 추석맞이 한인 대잔치에는 때아닌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었다. 롯데건설이 이달 4일부터 공개청약을 받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캐슬골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실시한 이 아파트 판촉행사에서 2백30여명의 동포가 공개 청약에 참여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행사장 한쪽에 만든 허름한 부스와 안내판·안내책자가 홍보 수단의 전부였는데도 현지 교민들의 호응이 뜨거워 어리둥절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 김동권 이사는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20~30명 정도만 신청을 받아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서울만큼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며 "사전분양이 가능했다면 2백여채가 다 팔렸을 만큼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동포 자금이 또다시 국내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부동산값 급락과 미 달러 대비 원화가치 절하에 따른 환차익 등을 노린 동포 투자가 많았으나 최근 1~2년 새 국내 부동산값 급등·원화 강세 등의 이유로 국내 투자를 꺼렸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 불황과 주택가격 버블(거품)론이 대두하면서 한동안 무관심했던 국내 시장에 다시 눈을 돌리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5~28일 공개청약을 받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 신영 로얄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국내 체류 중인 미국 동포 50여명이 광고를 보고 찾아와 상담했다. 이중 30여명은 공개청약에 참가했다. 신영 최상규 부장은 "분양가가 평당 평균 1천3백90만원선으로 싸지 않지만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더 낮아 연 8.5%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상품에 메리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일부터 분양하는 서울 중구 의주로1가 바비엥Ⅱ는 오피스텔이지만 해외동포 10여명이 투자상담을 했다. 금산하우징 오광록 실장은 "해외 동포들은 호텔식 임대 상품인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대한 이해가 빨라 국내 투자자들보다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뜸했던 건설회사의 해외 판촉도 늘어날 전망이다. 성원건설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포스코건설은 건대 체육시설 부지에 지을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마케팅 조사 결과에 따라 해외 동포를 상대로 판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상가·근린주택·소규모 빌딩 등의 상품을 사들이는 동포들도 늘고 있다. 국내 3억~5억원대 상가나 10억~12억원 안팎의 소규모 빌딩에 주로 투자한다. 포시즌컨설팅 정성진 사장은 "미국 교민들만 해도 현지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

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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