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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매입價 잊는 게 상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줬다.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주식 투자자 중엔 자신이 사들인 주식의 가격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매입 가격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과는 반대다. 이들도 장부 상으로는 어떤 주식을 얼마에 매입했는지 기록해 두겠지만, 그 주식을 팔기로 결정할 때는 매입 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상황을 판단한다. 주식을 아무리 싸게 샀어도 더 오를 힘이 남았다고 판단하면 계속 갖고 있는 것이다.

또 다소 비싼 가격에 샀다 해도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없거나, 거꾸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미련없이 팔아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의 매입 가격을 머리에 넣어 두고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얼마를 벌었고, 손실은 얼마가 되는지를 부지런히 따진다. 그래서 계산 상으로 10∼20%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단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고 좋아하면서 얼른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반대로 손실이 나면 그 주식의 앞날이 불투명한데도 억울해 처분하지 못한다.

이렇듯 매매의 판단 기준이 매입 가격에 얽매이면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사고도 작은 이익에 만족하면서 너무 일찍 팔아버리게 된다.

반대로 빨리 팔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큰 손실을 보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일단 주식을 사면 매입 가격을 잊어야 한다. 그리고 그 종목의 재료·실적 등을 점검하고 주가 움직임과 거래량 등을 살피면서 계속 보유하는 게 유리한지, 일찍 처분하는 게 좋은지를 결정해야 한다.

매입 가격에 얽매이는 것은 주식 시세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식을 죽어 있는 무생물로 취급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주식은 분명히 살아 있고 힘차게 움직이는 생명체다. 따라서 그 생명체에 맞는 탄력적인 판단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그 판단 기준도 바꿔 나가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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