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 올해 노벨상 수상자 2인 현지 공동 회견]물리학상 고시바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노벨상을 수상하면 평범한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모양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76) 도쿄대 명예교수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강연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43) 시마즈제작소 부장은 인사하러 이곳저곳 다니느라 바쁘다. 두 사람은 일정을 맞춰 31일 도쿄(東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일본 정부가 노벨상 수상자 배출 목표제를 도입해 범국가적으로 노벨상 획득에 나선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소홀해지고 있는 풍토에서 그렇게라도 해 지원을 해준다면 나쁘지 않다. 지금 일본의 과학 수준이라면 앞으로도 수상자가 더 나올 것이다."

-일본 대학의 연구 여건은 어떤가.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가 틀리거나 실수를 하면 학생이 서슴없이 지적한다. 이것이 자극이 돼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일본 대학에서는 교수가 틀려도 모두 입을 다문다. 이런 권위적인 풍토가 문제다. 연구 예산을 따내는 것이 무척 어렵고 따낸 뒤의 사후평가 시스템이 취약하다. 이래서는 연구기획서를 쓰는 데 진을 빼며 결과에는 별로 신경을 안쓰게 된다."

-연구비는 많이 지원받았나.

"내 연구는 정부의 중점 지원 대상이 아니다. 연구비는 3억엔 정도 들었을 뿐이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실용적이지는 않더라도 인류의 지식 증진을 위한 연구를 더 많이 지원했으면 한다."

-영어 구사력이 노벨상 수상에 영향이 있다고 보나.

"일본인으로서는 연구성과를 평가받는 데 장애가 되는 게 사실이다. 미국에 처음 유학갔을 때 '쌀(rice)'을 사려고 아무리 돌아다녀도 '이(lice)'는 안판다고 핀잔만 들었다. 하물며 과학에서는…."

-보람이 있다면.

"일본 젊은이들이 기초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자극했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yhn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