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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리하게 합병 재촉 지금 헐값에 팔 이유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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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을 치밀한 준비 없이 섣부르게 팔려다 자칫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차질을 줄까 걱정된다. "

홍석주(49·사진) 조흥은행장은 최근 조흥은행 지분 80.01%를 갖고 있는 정부가 신한금융지주 컨소시엄 등 국내외 투자자에게 조흥은행의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민영화는 해야 하지만 지금은 제값에 팔 수 있는 때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취임한 洪행장은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한측이 정부와 사전 교감을 갖고 조흥은행 경영권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조흥은행 경영권 매각에 대해 청와대·재경부·금감위 등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치밀한 계획 없이 일을 추진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당초 국내 투자자에게 블록세일(분할매각) 정도만 추진했으나 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당황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洪행장은 특히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4월 조흥은행의 구조조정 성과를 인정해 적기 시정조치를 해제하면서 사실상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인 지금 시점에서 서둘러 은행을 팔 이유가 없다"며 "지분을 10∼20%씩 쪼개 팔고 내년께 가치가 많이 올라간 뒤에 경영권을 넘기는 게 공적자금(2조7천억원) 회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흥은행이 하이닉스와 한보철강 등 대기업 부실 여신에 대해 최근까지 1조1천억원의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으므로 내년부터는 충당금 부담이 크게 줄어 신한은행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흥은행의 대출 중 가계와 중소기업이 전체의 84%를 넘을 정도로 대기업 여신의 리스크도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洪행장은 "신한컨소시엄에 참여한 미국계 워버그 핀커스가 인수 의향서 제출 단계에서 신한은행에 조흥은행 인수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신한은 조흥과 기업문화가 달라 합병하면 꽤 불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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