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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비판 발언볼륨을 높여라-측근들 한밤 盧자택 기습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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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8일 심야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얼굴) 대통령후보의 서울 혜화동 자택. 정동영(鄭東泳)·신기남(辛基南)·천정배(千正培)·임종석(任鍾晳)의원, 김한길 전 의원, 명계남(前 노사모 회장)씨가 쳐들어왔다. 이들은 盧후보에게 "탈(脫)DJ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그래야 영남권 30%득표를 따낼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의원은 "더 이상 거절하면 선대위 못한다"는 통첩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틀 뒤 盧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통제력 상실을 비판했다. 일단 탈DJ 노선에 시동은 걸어놓은 양상이다.그렇다면 앞으로의 탈DJ 프로그램의 내용은 무엇일까. 辛·千의원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추진위 내부의 전략문건('현 상황과 필승프로젝트의 주방향')에 따르면 골격은 '대선 후 민주개혁세력 중심의 신당창당 선언'과 '3金청산 선언'의 두 방향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개혁신당 부분과 관련, 문건은 대선 이후 지금의 낡은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국민적 신당을 창당하는 일에 바로 착수하겠다는 신당창당 선언, 영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계각층 인사 영입 후 대선 전 창당준비위원회 구성, 한국의 모든 합리적 개혁세력이 함께 하는 정치대개조론 제시 등을 건의하고 있다.

3金 청산 선언 부분에서 문건은 'DJ정권 과오의 정면 비판과 3金 극복의 결단을 선언해야 한다. 3金 시대 극복을 위해 DJ 정권의 한계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J정권의 비선정치·측근들의 권력형 부정비리·인사편중문제·아들비리·사저(私邸)문제 등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DJ의 한계로 비판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아태재단의 연세대 기증은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미흡하며 즉각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고 있다.

또 민주당의 지역적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넘어서겠다는 결연한 의지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건은 탈DJ 프로그램을 11월 초까지 신속하고 전격적·공세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중·종반까지 DJ대 반(反)DJ 구도로 고착될 경우 영남표는 물론 수도권표마저 이탈한다는 이유에서다.

문건은 민주당 내 분란에 대한 미봉책이나 DJ에 대한 양비론적 평가는 盧후보의 독자성·개혁성을 위축시키고 DJ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盧후보는 호남세의 반발을 의식,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영남권을 겨냥한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결국 단계별로 취사선택해 탈DJ 프로그램을 밟아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율이 35%벽을 넘기 시작,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도 盧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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